"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관행 뛰어넘는 것"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막을 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비확산 성명을 채택했다. EAS는 그동안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핵의 비확산 이슈를 논의한 적은 있지만 성명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별도 채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8일(현지시간) EAS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의장성명 외에 별도 성명을, 그것도 특별히 북한을 명시한 조항을 넣었다"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사 표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AS정상들이 채택한 성명은 사실상 북한을 겨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12개 조항 가운데, 특정 국가로는 유일하게 북한이 포함됐다.
성명서에는 "북한에 대해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과 국제적인 법적 의무를 다 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유엔 안보리 제재 레짐과 2005년 공동성명을 포함한 관련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또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의미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공동노력을 지속하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의 의중을 반영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번 성명은 사실상 북핵을 겨냥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번 비확산성명 채택에는 호주의 기여도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핵확산 우려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가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규현 수석은 "국제적으로 EAS가 아시아 최상의 안보포럼이라는 인식 때문에 회원국들이 결집된 의사표명을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 관련 비확산 성명 채택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내 이슈인 남중국해문제가 회원국간 입장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남중국해 문제는 비군사화, 중재재판 판결에 대한 회원국간 입장 차이가 커 통일된 메시지를 만들지 못했다.
청와대는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언론성명에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규탄과 북핵불용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비엔티안(라오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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