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법정관리 간 기업, 사재출연 있다해도 추가지원 없다" 원칙 유지…담보 있다면 대출도 가능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조양호 회장이 내놓은 1000억원 규모 자체 자금 지원안과 관련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안이 나온 것은 맞지만 법정관리까지 간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으로 상황이 흐르긴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공통된 시각이다.
6일 오전 조양호 회장은 사재출연 400억원을 포함해 해외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으로 600억원을 지원해 총 1000억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해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당장 한진의 자체자금은 '물류대란'의 긴급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하는 성격의 자금이고 이 자금만으로 해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특히 채권단이 이미 법정관리 상태로 돌아선 한진해운에 자금을 더 투입한다던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선택을 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재출연을 포함한 자체자금조달 방안은 현재 당장 급한 물류대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자금일 것"이라면서 "대주주가 자체자금조달을 했다고 해서 채권단에서 더 지원을 한다는 것은 법정관리까지 간 상황에서 상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과 관련해 채권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더이상 없다"면서 "추가 자금지원을 할 것이었다면 자율협약 과정에서 하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비슷하다. 물류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진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나서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현재로선 혈세를 들여 더 지원을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000억을 낸다고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당장 바다에 떠 있는 화물을 내리는 것에 한진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사안은 한진이 빨리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한진이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 당국이나 채권단에 도움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날 당정이 제시한 1000억원 규모 장기저리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채권단 내부에선 아직 뚜렷하게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정은 이날 한진그룹의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장기저리자금의 출처다. 저리 자금 자체를 기획재정부의 예산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채권단을 통해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이 나갈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1000억원 자체자금조달안으로 정리가 된 것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확실한 담보가 있다면 채권단이 그걸 기반으로 대출을 해줄 순 있지만 현재로선 (한진해운의 담보가용 자산이 없어) 그것도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DIP금융(법정관리기업에 대출)을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스테이 오더(압류금지명령)에 대해 한진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때문에 상황이 크게 악화됐고 그 문제 때문에 한진은 존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한항공 자체에서 어떤 담보를 조건으로 한다면 대출이 일어날 수 있긴 하지만 주주 문제 때문에 그런 상황도 현재로선 가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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