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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연설]'무수저'의 시선은 청와대를 향했다(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2초

본연설 2시간 전 국회 이발관에서 '예행연습'
31년만의 '거위의 꿈' 대표연설로 현실화
박근혜 대통령 향한 朴心 드러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 박 대통령 지지 요청 위한 것
민감한 현안은 우회, 에둘러 야당 비판
누리꾼의 '입'(댓글) 통한 민심정치 선보여
향후 당면 과제는 청와대와의 관계 재정립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의 1층 이발관. 문밖으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셀프 국회개혁 대신 국민주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당찬 목소리였다. 2시간 뒤 본회의장에서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예행 연습'이었다

[이정현 대표연설]'무수저'의 시선은 청와대를 향했다(종합)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아래). 위는 정세균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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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채비를 갖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옹호하고 정치개혁을 강조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던 여당 대표경선 후보였을 따름이다.

호남출신에 이렇다할 배경 없이 당직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스스로 '무(無)수저'라 부른다. 말단 당 사무처 직원에서 출발해 집권당 대표까지 31년 만에 16계단을 밟아 오른 경력 때문이다.


이런 이 대표가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변해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섰다. 이날 연설은 변치 않는 '박심'(朴心)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등 민감한 부분은 되도록 연설에서 다루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설은 '청와대'와 '애국심'에 방점을 찍었다. 누리꾼들의 댓글을 거론하면서 민심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청와대를 향해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정현 대표연설]'무수저'의 시선은 청와대를 향했다(종합)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여야 의원들


그는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을 사과드린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잇따라 발언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이 순간까지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 원수에 대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며 야권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를 비난했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당 대표가 목숨 걸고 앞장서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방점은 대한민국이 아닌 박근혜 정부에 찍힌 듯 보였다.


그에게 야당의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견제는 "대선 불복의 나쁜 관행"일 뿐이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끈하게 한 번 도와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반면 '우병우 사태'와 '사드 배치 결정 과정' 등 최근 국정 현안에 대해선 침묵했다. 연설의 속내를 뒤집어보면 야당과 정 의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가득했다.


비판의 도구로 쓰인 건 누리꾼들의 댓글이었다. 앞서 그는 “연설문의 최대 자문위원은 네티즌 댓글”이라며 “보좌진에게 민심을 알 수 있는 댓글을 최대한 많이 뽑아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댓글을 바탕으로 연설문을 쓰고 억울한 사람들의 민의를 대변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연설은 벌써부터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칼끝이 지나치게 야당을 겨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 대표의 당면 과제도 청와대와의 관계 재정립이 됐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꼬리표를 떼고 자신이 구상한 정치개혁과 민생행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란 얘기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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