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 폭염 유감

시계아이콘01분 20초 소요

[초동여담] 폭염 유감
AD

간발의 차이였다. 허겁지겁 뛰어가 버튼을 눌러댔지만 한발 늦었다. 1층, 2층, 3층… 낙오자를 버려둔 채 엘리베이터는 무심히 상승해버렸다. 며칠전 퇴근 길이었다. 살다보면 엘리베이터를 놓치는 일은 일상사다. 살다보면 간발의 차이는 다반사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32도. 1층 아파트 복도에 달린 온도계는 숨이 막혔다. 7시10분. 온도계 옆의 벽시계는 말문이 막혔다. 두 숫자를 번갈아보는데 기가 막혔다. 오늘도 열대야인가.


1초만 빨랐더라면, 그랬다면 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집에 도착했을텐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엘리베이터 표시등을 째려봤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등 뒤로는 땀이 줄줄 흐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베이터는 9층, 10층을 지나 12층, 13층으로 상승 중이다. 저러다 20층 꼭대기까지? 설마? 그러나, 그렇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는 기어코 20층을 찍고서야 되돌아오는데 19층, 18층, 17층… 하강속도는 왜 저리 더딘지. 20층 주민은 왜 그리 얄미운지. 8층 넘는 아파트는 왜 지어서 이 모양인지.

다음날 새벽 출근길, 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5층에 한번, 3층에 다시 한번. 5층 할아버지는 새벽산책을 가는 모양이다. 3층 아주머니는 강아지 배변을 시키려는 본새다. 직행을 원했건만 그 바람에 완행이 되고 말았다. 새벽부터 푹푹 찌는데 그냥 집에들 계시지. 8층 아래 아파트는 왜 지어서 이 모양인지. 또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눈알을 굴리는데 순간 뜨끔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옹졸하고 인색한 눈빛과 마주쳐서다. 내 안의 지독한 이기심과 맞닥뜨려서다.


신문들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콜레라와 식중독 따위의 후진국병이 창궐한다고 떠들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기주의가 펄펄 끓는다. 그 바람에 이타심이 슬슬 녹는다. 진화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우리는 모두 이기적으로 태어났다"고 말한 것처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타심은 이기심에 비해 열성이다. 이타심은 이기심보다 적은 보수를 남기기 때문에 적자생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타심을 실현(해야)하는 것은 이타적인 공동체가 이기적인 공동체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작은 양보와 연민과 사랑과 봉사가 기적을 행한다는 사실을 익히 체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기적으로 태어난 우리는 이타심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조언이다. 연민과 이타심의 대가인 제임스 도티 박사도 최근 펴낸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서 "규칙적인 명상과 집중으로 뇌와 심장의 잠재력을 활용하면 누구나 이타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저들의 가르침에 깊이 감동하면서도 정작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은, 우리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취약함에 폭염마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폭염의 끝이 보인다. 덩달아 이타심도 회복될 것이다. 앞으론 기꺼이 엘리베이터도 공유할 것이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