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중 수교 24주년을 맞은 재계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무역과 투자 등 경제 전반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한편으로 마찰도 빈번해지면서 중국발(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자국산업보호와 육성에 나선 중국이 미국과 함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는 한국 상품과 기업을 타깃으로 한 무역보복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사드 결정 이후 한류 문화 사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한국인에 대해 상용 비자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고 민간기업에서도 사드 보복에 나서기도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 업체는 최근 통관검사에서 '성분 불합격' 처분을 받았고 대기업 계열의 소비재 수입 업체는 최근 지난 2년간의 관세 전수조사를 받은 뒤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경우 양국 경제와 무역투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의존도가 상승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의존도(26%)는 중국의 대한국 수출의존도(7.1%)보다 훨씬 높다. 2015년 한국의 교역에서 중국의 순위는 수출, 수입 기준 모두 1위로 부상했다.
양국 관계는 특히 2000년 이후부터는 통화스와프 체결(2008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2015년)와 같은 경제 협력과 마늘파동(2000년), 동북공정(2004년), 사드 배치(2016년) 등 마찰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중 FTA 발효를 비롯해 교역이 심화되고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보호무역이 확산되는 등 통상관계가 복잡한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대(對)한국 관세 및 비관세 조치 실행 건수는 1992~1999년 사이 343건에서 2000~2008년 814건, 2009~2015년 1597건으로 급증하는 등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통상관계는 복잡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강제성제품인증(CCC)과 같은 비관세장벽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대기업 임원은 "중국의 강제성제품인증 등의 비관세장벽에 대해 다양한 루트로 지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결될 기미도 안 보이고, 실제로 발생하는 수입장벽 사례들을 봐도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돼 업계의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관련 법령 간에 상충되거나 하위 규정이 복잡한 게 대표적이고 자국산 구매원칙으로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도 제한받는다"면서 "인증이나 기술표준도 제정이나 개정할 때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몰라 불이익을 받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사례만으로 경제 보복과 같은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사드와 관련해 한국에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주요 무역 교역국인 한국에 보복 카드를 꺼낼 경우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호 협력의 틀 안에서 해결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일부 문제로 제기된 것도 중국이 규정에 맞게 하는 정도며 한국에서 너무 심각해 하면서 앞서 나가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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