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글로벌 공급과잉의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에 전방위 마이너스경영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과 철강에서 시작된 감산바람이 인력감원과 사업부서와 조직 등의 감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감(減)경영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회사 노조와의 면담에서 "가뭄에 저수지바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이나 노조는 사람자르는 것을 가뭄에 드러나 저수지바닥 청소에 비유했다며 괘씸해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현재 1~2년치 일감을 확보해 도크(선박건조대)가 모두 가동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수주 가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1~2개 도크씩 순차적으로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자구책보다 강화된 긴축안을 이달말에 채권단에 제출한다. 추가 자구안에는 임원진 및 조직 추가 축소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 도크의 잠정 폐쇄, 비핵심 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 지원이 결정되면서 2019년까지 인력 2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세운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크의 순차적 잠정 폐쇄 방침을 정했고 과장급 이상 대규모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는 순차적인 도크 폐쇄 등을 통한 생산력 감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시 희망퇴직과 임원 감축을 통해 자체 구조조정을 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순을 통해 500여 명의 인력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게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오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등 지난해에만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했고 올해도 35개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공장 철근 라인을 폐쇄하는 등 자동차 강판같은 수익성 높은 분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한데 이어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이 관리하는 동부제철은 2014년 당진공장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감산을 추진해왔다. 합금철업계는 자율적 감산을 추진해 지난해부터 총 생산설비 89만3000t 가운데 26만t을 감축했다.
철강업계는 2008년에도 대규모 감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초로 제품 전반에 걸쳐 감산을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철근 등 제품 생산량을 20∼30% 줄인 바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