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산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산업계는 현재 주력 생산품목 대부분이 공급과잉 상태이며 현재와 같은 불황이 지속될 경우 감산이나 조업단축, 감원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급과잉 문제를 국내 차원이나 단기적 관점에서만 보고 다운사이징 중심의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 향후 경기 회복 시점에서 사업기회 자체를 날려버리고 경쟁국에게 기회를 이전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력 제조산업 중에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은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발주량이 감소추세에 있으며, 중국의 과잉공급 영향으로 설비 공급과잉도 20% 내외로 추산된다. 저가상선 수주, 해양플랜트 공정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특히 중소조선소는 장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이 우려되고 있다.
철강은 중국 등 신흥국 설비 확충과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 침체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가격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중국(석탄).중동(천연가스).미국(셰일가스) 생산설비 확대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해당 지역 대비 우리나라의 원가경쟁력도 불리한 상황이다. 중국 에틸렌계 유도품의 경우 2013년∼2019년까지 9300만t이 공급과잉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자와 반도체, 자동차,조선,철강, 석유화학, 건설, 플랜트, 항공 등 주요 업종별 단체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력생산품이 공급과잉상태라고 밝힌 곳은 90%(27곳)에 달했으며 수급균형을 응답한 곳은 10%(3곳)에 불과했다.
공급과잉 해소시점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8곳(29.6%), 3년 이내 해소될 것이라 예측한 곳이 8곳(29.6%),5년 이내라는 응답은 6곳(22.3%)으로 조사됐다. 공급과잉 상태가 된 이유로는 경쟁국의 시장진입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단기적 수요감소 때문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 업종(17곳, 56.7%)에서 장기불황 상황이라고 인식했다. 7곳(23.3%)은 일시적 경기부진으로 보고 있으며, 6곳(20%)이 일시적 경기호전 국면으로 응답해 전체의 80%가 현 경기상황을 불황이라 인식했다.
불황이 지속될 시 업종별로 가장 우선해야 할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단체의 38.0%가 감산 또는 조업단축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투자축소(20.0%)와 인력감원(14.0%), 사업분할(14.0%), 자산매각(8.0%), 임금삭감(6.0%)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계는 자산 매각이나 사업 분할을 통한 다운사이징보다는 미래 경기 회복국면에 대비하기 위한 단기 불황대처 중심으로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현재 상황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불황의 원인이 외부적 요인이 큰 만큼 미래 경기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보유여부를 판단해 보릿고개 동안 체력 유지를 위한 구조지원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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