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망치 2.7% 달성 어려워…물가 안정도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올스톱 상태에 처하면서 당장 하반기 한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2.7% 달성은 요원해진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추경이 늦어지면 정부 지출이 늦게 잡히게 돼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하향 조정한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낮추면서 금리 인하와 정부 재정보강이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추경이 조기에 편성돼 효과적으로 집행될 것을 전제로 계산됐다. 하지만 추경이 조기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 등이 지연되고 있다. 추경이 무산되면 구조조정 수습이나 소비진작 등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물가 안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 대로 잡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외변수인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더디다. 한은은 지난 7월 첫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소로 국제유가를 언급했다. 올해 초 바닥을 치고 올라온 유가가 계속 오르면 물가도 함께 상승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은의 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 상승 요인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26~28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회의에서 생산량 합의를 이루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선 유가가 내년까지 40~50달러를 유지하며 현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전기료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도 한은 입장에선 달가워하기 힘들다. 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98.95(2010년 100 기준)로 전월에 비해 0.1% 하락했다.
환율은 최근 한국은행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변수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9원 오른 1121.5원에 출발했다. 하루 전엔 10.9원이 떨어졌다. 최근 열흘 새 환율은 1100원대를 밑돌다가 다시 1100원대를 크게 넘는 등 30원 가까운 등락폭을 보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대외적 여건으로 인해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마저 하지 않으면 하반기 경기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개별소비세 인하의 효과도 사라지고 있는 만큼 소비도 많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