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끝나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다시 '우병우 사태'로 돌아오게 되는 이번 주는 우 수석의 거취, 나아가 현 정부의 앞날에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를 한 우 수석 사건은 이르면 월요일인 22일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돼 배당과 함께 수사 개시가 될 전망이다.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우병우 지키기' 의지는 확고해 보여 민정수석이 수사를 받으면서도 현직을 지키는 '초초유의' 상황까지 펼쳐지게 됐다. 이 사태 전개를 좌우할 큰 변수 중의 하나는 여당 내에서 우 수석의 사퇴ㆍ해임을 놓고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내 찬반 공방이 이번 주에 어떤 흐름으로 나타날 것인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에 대해 감찰 진행 상황을 언론에 누설했다며 공격하고 나선 것이 '본말전도'라는 다수 여론의 비판을 뚫고 사태의 초점을 돌리는 데 얼마나 성공할지도 한 변수가 될 듯하다.
우 수석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지만 그는 어떤 면에선 오히려 입지가 더 든든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보호ㆍ 신임 의사는 흔들림이 없는 것은 물론 점점 더 강력해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거센 비난에 이어 휴일인 21일에 나온 청와대 한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말에 담긴 인식은 '우병우=정권'이라는 일체감까지 시사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까지 "박 대통령은 만사 제치고 우 수석의 옷부터 벗겨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 수석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의 균열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될지도 이번 주 사태 전개의 큰 변수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일부 비박계 의원들에 이어 유력 대선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까지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자진사퇴 요구를 하고 있다. 반면 당 대표 당선 이후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이정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선 며칠째 침묵을 지켜 사실상 청와대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양측 중 어느 쪽의 목소리가 당의 여론을 주도하게 될 것인지 이번 주에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물론 여당의 이 같은 기류조차 다수 국민의 격앙된 여론에는 한참 못 미친다. 보수 언론도 "청와대의 판단력이 단단히 고장 나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민들이 우스운가"라는 격렬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이 우병우씨를 이렇게까지 감싸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우병우 의혹'이 '우병우 지키기 미스터리'로 바뀌는 듯한 양상이다. SNS 등에서는 "대통령과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우 수석에게 단단히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돌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1일 현안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청와대가 왜 "빈대 잡으려다 그나마 남은 초가삼간마저 태워버리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우병우 사태는 점점 '불가사의'가 돼 가고 있다. 의혹투성이 우 수석의 운명에 정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거는 듯하는 그 수수께끼의 해답이 이번 주에 얼마나 드러날는지, 올림픽 게임 이상의 흥밋거리다. 단 거기엔 열광과 박수 대신에 환멸과 짜증이 있을 뿐이다.
이명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