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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칼럼]전기요금과 '크리에이티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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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칼럼]전기요금과 '크리에이티브 대한민국' 이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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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휴가 때 찾아간 강릉 정동진의 바닷물은 변함없이 맑고 푸르렀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전, 아니 1500년 전 절벽 위의 꽃을 받아든 수로부인이 거닐 때부터 늘 맑은 옥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해변이 앞으로도 내내 지금 같을까. 주민들의 근심을 자아내는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명물인 레일바이크가 단축운행을 하고 있었다. 올 초 큰 파도로 레일을 떠받치는 옹벽이 무너져 내리고 선로 일부가 유실된 탓이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동해안 104개 해변의 침식 피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양호한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해안침식의 원인은 무엇일까.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가 높아지고 해일이 잦으며 도로와 방파제 건설, 하천 골재 채취 등 난개발로 토사유입이 줄어든 것 등이 꼽힌다. 그 밖에도 많은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 그 원인들은 어제오늘 새에 나타난 게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해결에는 긴 시간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근인(根因)과 근인(近因)을 함께 봐야 하며, 단기간의 해법과 장기간의 해법이 함께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100명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빌려와 표현하자면 '해안침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100가지 처방이 필요하다' 식으로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많은 일들이 그렇다.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많은 요인과 변인들이 얽히고설켜 현상화하는 것이다. 많은 문제들은 다면적ㆍ입체적으로 봐야 해결하는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정동진의 해변침식 문제에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떠올리게 된다. 표절 논란을 낳았지만 정부가 국가브랜드로 채택한 '크리에이티브'에 우리 사회와 경제의 한 활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분명히 알아야 할 건 크리에이티브나 혁신의 본질은 기발한 아이디어나 발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단순화하자면 사고방식의 유연성이다. '제조'하는 게 아니다. 사회 구석구석 유연성과 자유로운 사고가 스며들고 흐를 때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이다. 100가지, 아니 천 가지 만 가지 요인들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크리에이티브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요금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된다. 이 논란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한 측면은 '징벌적' 누진제엔 우리 사회에서 가정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가라는 점이 함축돼 있다는 것이다. '가정은 소비(낭비)하는 곳, 자원을 비생산적으로 탕진하지 않도록 금욕해야 할 곳'이다. 형평성을 현저히 잃은 요금체계가 무려 40년 넘게 유지돼 온 데에는 이 같은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사실 그렇다. 가정은 소비하는 곳이다. 그러나 가정은 소비로써 생산하는 곳이다. 기업, 정부의 생산과 지출을 가능케 하는 자원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곳이란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소비 자체가 생산인, 휴식으로서의 생산을 하는 곳이다.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내놓았던 '저녁 있는 삶'이라는 낭만적 캐치프레이즈는 실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본질을 제시한 것이었다. 저녁이 있어야 낮이 있다. 휴식이 있어야 생산이 있다. 가정이 있어야 기업이 있는 것이다. 생산과 휴식이 같이 어우러져야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는 것이다. 가정을 그렇게 존중해주고 귀하게 대접해줄 때, 가정을 이루고 유지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저출산 해법을 고민하는 정부라면 그런 인식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김영란법이 가장들을 밤거리와 술집으로부터 가정으로 일찍 돌려보내게 될 듯하다. 집에서 전기 좀 맘 편하게 쓰게 해 주자. 그 온전한 휴식에서 크리에이티브도, 창조경제도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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