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보름 넘게 불볕더위가 이어진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SK케미칼 백신공장인 'L하우스'. 이 곳에선 올해 첫 생산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의 막바지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L하우스는 SK케미칼이 2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준공한 세포배양 백신 공장이다.
SK케미칼은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공장을 풀 가동해 스카이셀플루 4가를 포함해 5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독감백신을 만들었다. 독감의 유행계절은 한겨울이지만, 30도가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백신이 생산됐다.
스카이셀플루 4가는 한 번 접종으로 4가지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이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검정 후 이달 중 병의원에 공급된다.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출시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개발한 유정란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이 유일했다.
백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항원)를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들어 해당 질병이 침입했을 때 이 항체를 이용해 방어하도록 만든 의약품이다. 기존의 백신은 닭에서 얻은 유정란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배양시켜 생산했다.
하지만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은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백신을 만든다. 닭을 키워 무균상태의 유정란을 얻는 과정보다 시간이 단축되고 계란 알레르기와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백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SK케미칼이 개발한 4가 백신은 개(犬)의 세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영국 세포은행에서 수입한 개 세포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무균배양기(2000리터 규모)에서 증식시켜 백신을 얻는다. 이 때 4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를 각각 배양해 혼합한 백신이 4가 백신이다. 2000리터 무균배양기에서 증식된 백신은 7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백신의 핵심은 무균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SK케미칼은 무균배양기에 1회용 비닐팩에서 세포를 배양하고 난 뒤 버리는 방식인 '싱글유즈시스템(sigle use system)'을 활용하고 있다.
이홍균 안동공장 공장장은 "개의 세포는 SK케미칼이 찾아낸 독감백신에 최적화된 세포"라며 "싱글유즈시스템은 통을 쓰고 난뒤 버리기 때문에 무균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배양기를 세척하는 것보다 탄소배출을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L하우스는 철저한 무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무진복과 무진화, 무진모를 두겹이나 쓰고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문에는 공기차단시스템(에어락)이 설치돼 외부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
혼합된 백신이 주사기에 담기는 공정은 세균수 1마리 이하, 주사기에 담긴 백신을 포장하는 장소는 세균수 5마리 이하로 철저하게 관리된다. 백신이 충전된 주사기는 1초에 12장이 찍히는 자동모니터링 장치를 통해 불순물 혼합 여부를 확인한 뒤, 품질관리팀(QC, Quality control)에서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SK케미칼은 독감백신 외에도 폐렴구균백신과 대상포진, 소아 장염, 자궁경부암 백신 등 프리미엄 백신을 개발 중이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백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