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올 여름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외국인 홀로 남아 잔뜩 주식 쇼핑을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무려 5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덕분에 코스피도 성큼 올랐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4조943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주식 쇼핑은 꾸준히 이어졌는데 지난 3일을 제외하고 한 달 간 매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뜨거운 손길을 받은 종목은 대형주였는데 특히 삼성전자를 많이 사들였다. 4799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삼성전자는 코스피ㆍ코스닥 시장 통틀어 외국인이 가장 사랑한 종목이었다. 아모레퍼시픽(4071억원), SK하이닉스(3549억원), Tiger 200(2572억원), 고려아연(2089억원) 등도 많이 담았다.
외국인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1일 148만9000원에서 이달 10일 154만1000원으로 3.5% 가량 올랐다. 지난 1일에는 장중 한때 158만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코스피도 외국인 효과를 봤다. 같은 기간 1988.54에서 2044.64로 올라 상승률이 2.82%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쇼핑에 바쁜 사이 개인과 기관은 휴가를 간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 한달 동안 코스피에서 각 2조507억원, 3조2045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개인은 KODEX 레버리지(4711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고 기관은 KODEX 인버스(7026억원)를 대거 던졌다.
우리나라 대내외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경계감이 완화된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고 여기에 S&P(스탠다드앤푸어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원ㆍ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00원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일본 통화정책 발표 시기가 외국인 바이코리아 흐름의 1차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1050원이 2차 지지선이 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1~2개월 정도는 자금 흐름상 원화 강세,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반전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종료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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