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면서 미국 대통령까지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클린턴이 오는 11월 대선 본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승리하면 미국은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에 이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차별의 대상이었던 흑인과 여성이 잇달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국 역사가 큰 전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동시에 클린턴의 당선은 여성 리더십이라는 세계적 흐름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은 마거릿 대처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 테리사 메이(사진)를 배출했다. 독일에서는 사상 첫 여성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이 3연임에 성공해 햇수로 올해 12년째 집권 중이다. 2011년 사상 첫 국제통화기금(IMF) 여성 총재가 된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지난 2월 연임을 확정지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 대만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 칠레 첫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등이 현재 활약 중이다.
CNN에 따르면 대처 총리가 사상 첫 영국 여성 총리가 됐던 1979년 당시 단 두 명에 불과했던 여성 국가 지도자는 현재 16명으로 늘었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으로 세계 정치지형도 크게 바뀌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여성 지도자들의 등장을 다룬 기사에서 특정 집단에서 여성의 비율이 약 25% 정도가 되면 그 집단의 문화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포린 폴리시는 여성 지도자들이 늘면서 향후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복지와 여성 문제가 좀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기존의 편견에 맞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맞닥뜨린 시련도 적지 않다.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는 정부의 부정부패 의혹에 휘말려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첫 임기 당시 지지율 80%가 넘는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연임 제한 규정에 물러났다가 2014년 재취임한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경기 둔화 등의 악재가 겹치며 최근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난민 포용 정책을 펼쳤던 메르켈 총리는 최근 독일에서 이민자에 의한 테러가 잇따르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메이 영국 총리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순조롭게 이끌어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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