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 회원 400여명 14일 서울 당산역에 집결
마이크 잡은 사회자는 호남 사투리…전국적 지지층 드러내
김 전 대표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는 도마에
대권 행보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무성" ,"김사모", "사랑합니다"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의 대형 컨벤션센터는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400여명을 수용하는 2층 웨딩홀은 미리 도착한 중년 남녀로 가득 찼다. 정장부터 운동복까지 옷차림은 가지각색이었고,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곳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당 대표 취임 2주년'을 맞아 마련한 모임 장소였다. 100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만찬을 즐기는 본 행사에 앞서 곳곳에서 올라온 핵심 지지자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에 입장하려면 명찰을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도착을 기다리는 이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먼저 김무성 전 대표의 이름 석자와 모임 이름인 '김사모'(김무성 전 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그리고 "사랑합니다"란 외침이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진성' 회원이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멀리 울산,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는 "이 자리에는 순수한 김사모만 모였다"고 자랑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 전 대표의 지지모임임에도 사회자는 호남 사투리를 썼다. 지지 모임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는 뜻이다.
사회를 본 중년 남성은 애초 수백명을 모아 조촐하게 행사를 하려 했으나 각지에서 문의가 쇄도했다고 말했다. 소모임에 이어 펼쳐질 전체 모임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큰 회의장을 빌렸다는 설명이었다.
오후 3시께, 드디어 김 전 대표가 입장했다. 400여명의 '진성' 회원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구호와 함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김 전 대표는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곳저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여러분이 나서 도와달라"는 김 전 대표의 호소에 이어 3명의 김사모 회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첫 번째 남성은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성공한 반면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실패했다"면서 "노사모가 지금도 노무현 재단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대권 행보를 전제로 김사모도 노사모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조직이 와해된 박사모를 나쁜 사례로 꼽았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대권 출마와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김사모는 대통령 (김무성)이 아닌 인간 김무성으로 끝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두 번째 남성은 "소통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을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인 '박혜모' 전 회장이라고 밝힌 세 번째 질의자는 "김 전 대표에게 '귀순'해 왔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서청원 의원을 지지했다면서, 최근 김 전 대표의 행보를 보고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면서 노골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행사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세를 결집한다기 보다 대선 후보로서 김 전 대표의 세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던 김사모가 전면에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김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추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오세훈, 김문수 등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과 달리 김 전 대표는 단단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김사모는 지난해 2월 대구에 모여 전국 조직을 통합하면서 대단위 조직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규모나 회원의 구성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이 같은 김사모가 김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날 김 전 대표가 언급했듯이 박사모의 일부 세력이 지나친 정치색을 띠어 박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오히려 해가 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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