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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정상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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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국제부장] 최근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조사한 '칠콧 보고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실수를 밝혀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의 화학무기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 보고서에 속아 참전을 결정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당시 탈퇴 운동을 주도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속았던 영국인들은 블레어 전 총리에게는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쯤에서 정상들의 '역대급' 거짓말을 살펴보자.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1941년 2차 세계 대전 참전을 위해 독일이 미국 구축함을 공격해 큰 피해를 봤다는 거짓말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는 고립주의자들의 반대와 미국의 참전을 막으려던 독일의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 같은 거짓말을 꾸며댔다. 그의 거짓말은 23년 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함정이 미 구축함을 공격하자 미국은 루스벨트의 결정을 기억하며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다.


물론 신념을 타협 없이 추진하려던 거짓말도 있었다. 린든 존슨 전 미국대통령이 그런 예다. 그는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시절이던 1957년 모든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역구민들을 속였다. 그는 흑인에 대한 반감이 컸던 남부출신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사후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존슨은 1964년 7월 2일 공민권법에 서명해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비록 거짓말은 했지만 그가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국내 정치에서는 최고라는 칭송을 받는 이유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로 촉발된 핵전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 터키 주둔 미사일 부대의 철수를 약속하고도 이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만약 그가 진실을 공개하고 협상을 했다면 인류는 핵전쟁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


정상들의 거짓말은 일반인의 거짓말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목적과 그 결과의 중요성이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 '필요악'일 수 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은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진실은 너무나 소중해서 거짓말이라는 보디가드를 대동하기 마련이라고.


그 보디가드가 공익이 아닌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미국의 사학자 에릭 알터먼은 저서 '대통령이 거짓말 할 때' 에서 "대통령의 거짓말은 자신의 창조자를 목죄는 괴물로 돌변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미국 공화당 사실상 대선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딱 그런 꼴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트럼프가 한 인터뷰에서만 71회의 거짓말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제 다음 주면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다. 세계 평화와 안녕을 위해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의 거짓말을 철저히 검증해 주길 기대해 본다. 물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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