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노태영 기자]"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문제는 이 화살이 과녁에 명중할런지, 아니면 주변 거센 바람을 맞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지가 관건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놓고 국방과 외교가에서 나오는 평가다. 일단 정부는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보면 어디로 불똥이 튈 지 모르는 형국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ㆍ중간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그동안 밝혔던 원론적 입장에서 중국쪽으로 한걸음 더 옮길 지가 관건이다.
◆속도내는 사드배치=한미 양국이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양국 협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다, 배치로 급선회 한 것은 북한의 급진전된 미사일 기술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22일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미실무단의 협의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미는 이달안에 사드배치 후보지를 결정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사드를 실전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미 양측은 공동실무단의 협의 결과를 보고서를 초안 형식으로 만들어 막바지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보고서엔 배치 지역을 포함해 운용 방식, 법적 문제, 환경영향평가 등이 담겨 있다. 이후 보고서는 양국 국방장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이를 마치면 한국 측은 관련 시설을 건설하고, 미국은 사드 장비를 들여오게 된다.
◆'고차방정식' 외교전(戰)=사드로 촉발된 '한미일 대(對) 북중러' 신냉전 구도는 남중국해 문제로 더욱 복잡한 외교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12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판결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PCA 발표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사드 배치 발표를 앞당겼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결과가 어떻든 사드 논란은 더욱 '출구전략'을 찾기 힘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보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더욱 민감해한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영역 다툼이 아니라 중국의 현재 위상(G2)에 걸맞은 미국과 대등한 외교적 관계 설정의 시험대라는 설명이다. 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은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미ㆍ중 간 '힘겨루기'이다. 나아가 신냉전 구도의 재출현도 실상은 두 강대국이 주인공인 셈이다.
특히 이달 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미ㆍ중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사드 배치 등을 한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ARF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을 지원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해 중국은 우리나라에 기존의 입장변화를 물밑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요한 해상 교통로인 해당 수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며 우리 정부는 필리핀과 중국간 중재재판 진행동향에 대해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편 중국은 이미 어떤 판결이든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지난 5일부터 판결 전날까지 일정으로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ㆍ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미국도 지난 달 말 남중국해와 가까운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태평양함대 소속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을 동원해 공중방어 및 해상정찰 작전을 펼쳤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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