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숫자라 건조하다. 그러나 그 속에 삶이 있다. 이번에 발표된 통계가 그렇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2015년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현황’을 발표했다. 작년에 처음 발표한 통계다. 올해로 두 번째다. 고단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맞벌이 가구는 부부가 취업자 개념에 해당하는 가구다. 동거 여부는 상관없다. 한국에서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1186만 가구다. 이 중 맞벌이 가구는 521만 가구다. 43.9%가 맞벌이다. 50대와 40대는 51% 이상 맞벌이다. 맞벌이 비율이 가장 높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다. 자발적인 맞벌이는 아니다. 자녀가 6세 이하인 경우 맞벌이 가구 비율은 38%다. 자녀가 7~12세면 52%, 13~17세면 58%까지 올라간다. 자녀가 클수록 엄마의 취업률도 높아지고, 취업시간도 늘어난다. 40대와 50대의 자녀는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다. 자녀가 클수록 커지는 부담은 사교육비다. 맞벌이가 불가피함이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3.2시간이다. 비맞벌이 가구보다 4시간가량 적다. 벌이가 충분해서 맞벌이 가구의 취업시간이 적은 것은 아닐 거다. 벌이가 충분하지 않아서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동거 맞벌이 가구의 58%는 도소매와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일한다. 이들 업종은, 흔히 말하는 자영업이다. 무급종사자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부부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1인 가구의 모습은 더 고단하다. 2015년 1인 가구는 511만 가구다. 2014년에 비해 17만 가구가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율은 27.2%다. 1인 가구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그만큼 위험에 노출됐단 의미다. 그리고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많다. 먹고 살려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 아련하다. 광역시(市)보다 도(道)의 1인 가구가 많다. 노인층의 외로움이 묻어난다.
1인 가구는 혼자 생계를 책임진다. 그래서 1인 가구는 고용률이 그만큼 중요하다. 1인 가구의 55.6%만 고용된 상태다. 절반가량 일자리가 없다. 여성 1인 가구의 고용률은 47%에 불과하다.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고용 상태의 여성 1인 가구의 평균 취업시간은 주당 40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마저도 불안하다.
1인 가구의 소득을 보면, 고단한 삶이 도드라진다. 1인 가구의 통계와 같은 시점인 2015년 4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4만 원이다. 여기서 소비지출은 96만 원이다. 지출을 자세히 보면, 식품비(음료 포함)가 14만 원, 주거비(수도, 전기 포함)가 17만 원, 교통비가 12만 원이다. 식품, 주거, 교통이 전체 소비지출의 44%다. 한국 전체 가구의 평균은 38%다. 1인 가구가 생계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다.
결국, 1인 가구는 경제활동이 멈추면 생계를 위한 대출이 필요한 구조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게다가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2016년 1분기 1인 가구 주거비는 2015년 4분기에 비해 무려 21.4% 올랐다. 반면, 식품과 의류에 대한 지출은 크게 줄었다. 덜 먹고, 덜 입으면서 잠잘 곳을 지키는 꼴이다. 맞벌이 가구는 덜 먹고, 덜 입으면서 사교육비를 댄다.
옥탑방은 1인 가구의 상징이다. 옥탑방은 너른 마당이 있어 넉넉하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어 낭만적이다. 로맨틱 드라마에서 옥탑방 그녀는 신데렐라가 되곤 한다. 요즘 옥탑방이 인기란다. 월 130만 원을 웃도는 곳도 있단다. 서울 일부 지역은 대기자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옥탑방은 고단한 삶을 누이는 공간이 아니다. 오늘도 1인 가구의 힘겨움은 계속된다. 2016년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64만 9932원(보건복지부 기준)이다. 1인 가구도 양극화 시대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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