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협상(임협)이 결렬되면서 5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
노조는 5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위원장 등 교섭 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협 13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고 1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 결의와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후 오는 1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동시 파업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동시 파업이 성사될 경우 1993년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 모임 현대그룹노조총연맹(현총련)의 공동투쟁 이후 23년 만이다.
노조가 지난 주 협상에서 노조안에 대한 회사측 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노조안에 대한 별다른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의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통상임금 확대와 조합원 고용안정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 2교대제에 따른 임금 보전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요구안에 대해 노사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대화가 아닌 파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올해도 파업에 돌입할 경우 현대차는 2012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6개월간의 진통 끝에 연말에서야 임단협이 극적 타결됐다. 6개월간의 협상 기간 동안 3차례의 부분파업과 1차례의 정치파업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지난해 강성인 박유기 위원장이 새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해 7년만에 정치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2006년 집행부를 이끌 당시에도 10여 차례의 정치파업을 비롯해 모두 40차례 이상 파업한 강성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쟁 심화, 신흥시장 불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경쟁력 저하 등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2015년까지 4년을 제외하고 연례파업을 벌였다.
노조가 지난해 9월23~25일까지 3차례 벌인 부분파업으로 차량 1만800여대, 2230억원, 하루 정치파업으로 2215대, 457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2014년까지 파업 피해를 추산하면 총 파업일수는 406일, 생산차질대수는 129만7000여대, 매출손실은 15조3055억원에 이른다. 생산차질규모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연간 생산규모(154만2000대)보다 25만대 적지만 상당한 규모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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