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화상경마장 말썽, 그 후 1년<하>
현명관 마사회 회장 권력 쥐고 흔들어
박기성·이규황 이사 경마경력 없음에도 재선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감사원은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에 화상경마장에서 입장료 외에 시설사용료를 불법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주의조치를 통보했다.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에서는 2000원 이하의 입장권을 판매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마사회가 전국 30곳 화상경마장에서 판매한 입장권 가운데 2000원 이하는 23.7%에 불과했다. 최소 3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짜리 입장권을 불법으로 판매해 온 것이 들통이 난 것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여전히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입장료를 2만원과 3만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사회는 더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려는 고객이 있고 이용자의 소득계층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라고 해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농식품부도 이러한 마사회의 법령 위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정방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감사원도 무시하고 있는 마사회는 차마 공기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며 “상급 감독기관인 농식품부가 마사회의 법령 위반을 계속 방조하고 있는 것 역시 결코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또 지난해 9월 전국 화상경마장 내 문화시설전용공간 총 4633㎡를 객장으로 변경하면서 농식품부와 사전 협의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고 감사원은 통보조치를 하기도 했다.
마사회가 심각한 도박중독을 양산하는 화상경마장 사업에 공공연히 욕심을 부리는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은 허점투성이다. 심지어 정부의 관리감독을 무시한 채 이익추구에 매진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마사회의 횡포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들어서고, 자신들의 측근을 이사회에 앉히며 마사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면서부터 시작됐다.
제주도 출신의 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으로 잘 알려졌다. 행정고시 4회로 감사원을 거쳐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에 올라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제주도지사 출마에서 두 차례 낙선했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12월5일 한국마사회 회장에 선임됐다.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주인공이지만 작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설이 유력하게 나돌 정도로 최고권력의 지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현 회장은 마사회 임원진에 측근을 두며 자신의 권력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지난달 연임된 상임이사 박기성 상생사업본부장은 현 회장과 같은 삼성물산에서 주택2본부장과 자문역을 거쳤으며,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갖고 있어 소환조사까지 받은 인물이다. 2012년에는 하청업자의 비리 폭로 협박을 돈으로 무마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비상임이사인 이규황씨도 행시 출신으로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을 거쳐 전경련에서 전무와 국제경영원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모두 현 회장 취임 이후인 2014년 5월과 4월에 각각 선임, 경마 산업과 연관 경력도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마사회는 공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고 박근혜정부는 마사회 관리·감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용산을 포함해 도박장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지역에서 주거환경·안전한 교육환경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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