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화상경마장 말썽…그 후 1년<중>
현명관 회장 임기내 수익부진 하자 단기이익에 목매
전국 30개 화상경마장…연내 3곳 추가 확장 의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군자동 주택에서 목을 매 숨진 A(49)씨가 발견됐다. A씨는 결혼 초부터 경마에 빠져 빚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늘어나는 빚 때문에 아들의 월급까지 동원해 빚을 갚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씨는 경마 빚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의정부에서는 경마 빚에 시달리던 B(42)씨가 부인과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경마에 손을 대면서 친인척에게 빚을 지거나 사채를 끌어다 쓰는 등 4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국내 최대 사행산업인 경마로 인한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카지노와 경륜, 경정에 이어 불법 인터넷 도박까지 등장했지만 경마는 여전히 압도적인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중독성이 높은 '화상경마장' 확장에 열을 내고 있는 이유다.
지난 13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사행 산업 현황에 따르면 사행 산업 총 매출액은 20조5042억원에 육박한다. 전년도보다 3.1%가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났다. 이 가운데 경마는 7조732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7.7%를 차지했다.
2006년 경마 매출액은 5조3110억원으로, 불과 10년 만에 45.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입장객 수는 1944만4000명에서 1361만7000명으로 29.9%나 줄었다. 입장객은 줄었지만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경마 중독이 점차 심각해짐을 의미한다.
특히 경마로 걷어 들인 국세와 지방세는 1조4468억원으로 카지노(4788억원), 경륜(3764억원), 경정(1109억원) 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재정확보 차원에서 경마 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도박장의 하우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 선임 이후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 외에도 대전과 부천에서도 화상경마장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017년 12월31일 계약 만료를 앞둔 부천 원종동 화상경마장은 지역주민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사회는 반대하고 있다.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도 최근 2개층 확장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 마사회는 지난 15일 수도권 등 3개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공모에 착수했다.
화상경마장은 직접 경마장에 가지 않아도 마권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뛰어나다. 대신 심각한 도박 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상경마장 도박중독 유병률은 72.9%로 본장 이용자에 비해 최대 30% 이상 높다.
올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현 회장이 단기간 수익을 늘리기 위해 화상경마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사회는 현 회장이 취임한 2013년 이후 줄곧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11년 2861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2410억원으로, 2014년에는 2174억원으로 추락했고, 지난해 2382억원으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학교 부근이나 주택가의 도박장 문제를 전수 조사해 순차적으로 폐쇄하거나 외곽 이전을 해야 한다”며 “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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