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이 1.4만~1.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위해 조선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선박펀드 자금을 활용한 선박 건조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고 구체화된 것은 없다는 게 현대상선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현대상선이 초대형선박 신조 나서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해운산업이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가면서 선대 대형화는 생존을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됐다. 글로벌 해운공룡 머스크와 MSC는 각각 1만8000TEU급 10척, 1만9000TEU급 선박 6척을 운용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가입을 시도하고 있는 해운동맹체(디 얼라이언스) 소속 회원사 대만 양밍은 2만TEU급 선박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선대 대형화는 화주 영업에도 유리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가 크면 한 번에 많은 화물이 실을 수 있어 운임단가가 낮아진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어 초대형선박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 얼라이언스와 같이 국제 해운사들의 이합집산이 벌어지면서 신규 동맹체들이 주도하는 컨테이너 운임인하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선대 대형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의 낮은 운임으로 이익을 창출하려면 연료 효율이 뛰어난 초대형선박 도입이 불가피하다. 초대형선박은 연료 효율이 뛰어나 유지관리 비용도 적게 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판관비를 줄이는 것은 생존을 위해 절실하다"며 "초대형선박은 연료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해운업계가 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실어나를 화물이 없는데 선박만 넘치는 상황에서 초대형선박 신조를 고집한다는 것이 무모한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 해상 물동량과 운임은 긴 하락세를 그려왔다. 그렇게 8년째 부채만 쌓이며 현대상선은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가 극적으로 회생했다.
물론 정부의 초대형선박 신조 프로그램인 선박펀드를 이용하면 당장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신조에 나설 수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매달 지급해야 하는 수백억원의 이자(용선료)부담도 적지 않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업은 경쟁사들간 먹고 먹히는 전쟁이 됐다"라면서 "이 무한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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