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여성 폭력 예방 교육 내용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 문제다” “전문성을 지닌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대학 성평등상담소 센터장 간담회에 참여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9곳의 성평등 상담소 센터장들은 교육콘텐츠와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는 여성가족부가 고려대 카톡 성희롱사건 등 대학 내 여성 대상 폭력 사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조윤정 성신여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센터장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성교육을 받아온 신입생에게 대학에서 받는 교육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참여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선희 성균관대 양성평등센터 센터장도 “여가부에서 만든 40분 분량의 교육 자료는 좋은 말은 많았지만 재미가 없었다”며 “요즘 학생들은 재미가 없으면 안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곽은아 이화여대 양성평등센터장은 콘텐츠 구입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콘텐츠 구입에 드는 1200만원을 매년 쓸 재정적인 여력이 없다"며 “국가적 권장사항이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만들어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성평등센터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센터에 고용된 상담원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2년마다 새로 고용된다. 비정규직법에 따라 고용이 2년 밖에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경옥 경희대 성평등상담실 실장은 “학생들의 상담 건수가 늘어 인력이 부족한데다 상담원도 1~2년 뒤면 교체 돼 전문성이 아쉽다”며 “대학에 맞는 맞춤형 강사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센터장들은 오는 11월 30일부터 '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기존의 성희롱 담당자가 성폭력 사건까지 겸직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우려했다. 법 개정으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폭력예방을 위한 예방지침 수립·이행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박제일 용인대 양성평등상담실 실장은 “대학 규모에 따라 양성평등상담센터가 없는 학교도 많다”며 “성희롱 관련 전문 상담원도 부족한데 성폭력까지 고충상담원을 의무화하면 기존의 성희롱담당이 겸직하게 돼 업무만 과중해 질 것”이라 말했다.
박 실장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법적 처리에 대한 상담원들의 고충도 언급했다. 그는 “상담원들은 피해자 상담에는 전문가이지만 법적인 사건 처리는 어려워한다”며 “피해자의 처벌 요구와 가해자 처벌 등 법적인 문제는 상담과 분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대학은 교육상 성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일 가정 양립, 인권 보호, 여성폭력 근절도 성 평등한 인식이 우선인 만큼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