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유진메트로컴간 스크린도어 민자사업 실시협약서 분석해보니
아시아경제가 22일 서울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지하철 24개 역사 승강장 안전문 민자사업자 유진메트로컴이 서울메트로와 2004년과 2006년 1ㆍ2차에 걸쳐 체결한 실시협약서(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잦은 사고ㆍ인명 피해, 시설 대체 필요성 등의 상황을 감안해 메트로 측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약서 제49조4항을 보면 "승강장 스크린도어 기능장애, 즉 사업시설이 정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상당기간 이내에 그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보수 비용이 과다한 경우"를 계약 해지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메트로 관할 1~4호선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장애가 연평균 1만5000건 이상이며 노후화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중 실제 고장이 3000건 가까이에 이르며, 유진메트로컴이 설치한 24개 역사 내 스크린도어에서도 연간 약 300건 이상의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당시 시공된 스크린도어들이 부실ㆍ저가의 질 낮은 제품으로 만들어진 데다 10년이 넘게 운영되면서 시설 대체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서울메트로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은 메피아 퇴출이 아니라 스크린도어를 전면 재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크린도어 재시공의 경우 유진메트로컴 관할 24개역만 해도 현재 역당 약 40억원 안팎씩 총 1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이는 협약서상 '해지의 사유'로 규정한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서울시도 이 조항을 인식해 현재 진행 중인 유진메트로컴과의 자본재조달을 통한 재구조화 협상이 진척이 안 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협약 해지까지 갈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희대의 특혜 조항'들도 사실로 확인됐다. 다른 민자사업 계약에 비해 '갑'인 서울메트로의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특혜성이 강했다.
우선 주무관청이 일방적 판단에 따라 사업의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가 민자사업을 위해 마련해 놓은 표준실시협약서를 보면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주무관청의 일방적인 시설 몰수ㆍ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을 가능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메트로-유진메트로컴간 체결된 협약서에는 계약 해지 사유 중 갑, 즉 메트로의 귀책사유 중에 주무관청이 사업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메트로는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하더라도 유진메트로컴에 뚜렷한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 일방적인 협약 해지가 불가능한 상태다.
예상 수익의 200%까지를 계약 기간 조정의 범위로 인정해 준 것도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줬다는 지적이다. 당시 광고 시장의 상황 및 향후 전망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수익률 9.14%의 고수익을 22년간이나 보장해 준 것도 눈에 띈다. 자체 감사만 하도록 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고 있는 지 확인할 수도 없는 것도 확인됐다.
이 협약서를 살펴 본 한 전문가는 "누군지 모르지만 악랄할 정도로 머리를 잘 썼다. 희대의 특혜 계약이다"고 촌평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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