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최근 북한의 '대화공세' 전략에 맞서 우리 외교 당국은 '국제공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러시아 방문으로 앞으로 대북제재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며, 우리 외교수장으로서도 5년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방문에 대한 외교적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윤 장관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이란, 우간다, 쿠바 방문 등에 이은 국제 대북제재 외교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12일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지 5개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100일이 됐다"며 "이런 시점에 러시아와의 양국 관계와 국제 공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를 가져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북제재 실효성 측면에서 중국에 이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다소 정체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세계의 대(對)러 제재 속에서 관계 개선 노력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 통일 문제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러시아 측은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가동 필요성과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존 중국이 바라보는 대북제재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의 ‘국제공조’ 카드가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교적 실익을 챙겨야 할 필요성이 크다.
윤 장관은 러시아 방문에 이어 불가리아로 향한다. 우리 외교부 장관의 불가리아 공식 방문은 1990년 수교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윤 장관은 15일 다니엘 미토프 불가리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윤 장관은 "불가리아는 남동부 유럽에서 북한의 거점 공관 (주재지)이기 때문에 북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장관은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파견된 전체 주한 외교단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이날 만찬에는 오스발도 파딜랴(교황청대사) 주한 외교단장을 비롯해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와 국제기구 대표, 외교부 간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또한 대북제재 공조를 위한 외교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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