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증권거래소 개소 두 달, 거래종목은 달랑 2개…시장투명성이 성공의 관건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얀마의 양곤증권거래소(YSX)가 출범한 지 두 달이 훨씬 넘었다.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첫 거래가 시작된 이후 제법 모양새도 갖춰가고 있다.
YSX 개장과 함께 거래를 시작한 유일 종목이 퍼스트미얀마인베스트먼트(FMI)다. FMI는 미얀마에서 내로라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항공ㆍ보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시초가 2만6000차트(약 2만5000원)로 출발한 FMI 주가는 당일 3만1000차트까지 치솟았다. 거래량은 4만2610주에 달했다.
현재 YSX에서 공식 거래되는 종목은 두 개다. 지난달 20일 미얀마틸라와경제특구홀딩스(MTSH)가 두 번째로 YSX에 상장된 것이다. YSX 측은 몇 달 뒤 네 기업이 더 상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17일 YSX의 대주주인 국유 미얀마경제은행(MEB)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직접투자로 활기를 띠고 있는 미얀마 경제가 향후 수년 동안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YSX 상장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허용하고 현지ㆍ외국 기업 합작사의 상장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얀마가 증권거래소 도입을 처음 기획한 것은 1995년이다. 일본 다이와(大和)증권의 임원들은 당시 양곤에서 군 지도부와 만나 미얀마 인근 나라들의 경제 붐 그리고 주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2000년까지 증시를 개소하자는 것이었다. 다이와는 우선 MEB와 공동으로 점두거래(OCT) 시장을 만들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의 아시아글로벌화연구소의 마스토모 다케히로(舛友雄大) 연구원은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3년 미얀마 금융위기에 따라 증시 개소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미얀마 증시 개소안은 2011년 군부통치가 종식된 뒤 부활했다.
미얀마 민간정부는 시장 인프라, 증권 감독 기관, 증권거래법을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했다. 다이와는 일본증권거래소(取引所)그룹과 손잡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본증권거래소그룹 종합기획부의 미와 미쓰오(三輪光雄) 국제 전략 담당 부장은 "미얀마 관계자들에게 주식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현재 YSX 지분 30.25%는 다이와가, 18.75%는 일본증권거래소그룹이, 나머지를 미얀마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의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세계은행은 미얀마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자본에 대한 접근성 결여'라며 현지 기업 가운데 은행에서 대출 받는 곳은 겨우 3%라고 지적했다.
YSX의 향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미얀마 당국의 고민은 YSX도 캄보디아ㆍ라오스 증시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마스토모 연구원은 "일본증권거래소그룹이 미얀마에 관심 가진 것은 경쟁심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증시 설립에 한몫한 한국증권거래소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다이와의 다치카와 아쓰오(立川敦夫) 미얀마 사업 기획 담당은 "캄보디아ㆍ라오스 증시 모두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출범했으나 높이 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현재 라오스ㆍ캄보디아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각각 5종목도 안 된다.
그러나 포브스는 미얀마의 인구가 5400만으로 세계 25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만큼 내수시장 규모가 큰 것이다. 게다가 미얀마의 경제 규모는 640억달러(약 75조9000억원)로 캄보디아나 라오스의 3배를 웃돈다.
미얀마는 2011년 개방경제로 돌아선 뒤 5년 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개방 첫 해인 2011년 5.6%, 2012년 7.3%, 2013년 8.4%, 2014년 8.7%, 지난해 7.2%를 기록했다.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치도 매우 좋다. 중국과 인도의 접점에 자리잡아 양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얀마는 인구 1인당 명목 GDP가 2011년 1000달러를 넘어 최빈국에서 벗어났다. 2014년 1인당 명목 GDP는 1203.8달러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1년 미얀마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 베트남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낙관론자들이 YSX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라오스ㆍ캄보디아 증시가 실패작으로 평가 받는 것은 투명성과 규제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국제 회계 기준과 투명성이다. YSX는 상장 희망 기업들에 준법감시인 임명 및 내부거래 예방책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양곤 소재 컨설팅 업체 프런티어미얀마의 제레미 멀린스 리서치 매니저는 "YSX에 상장된 두 기업 모두 투자자들의 신뢰 아래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FMI는 창업자인 세르게 푼의 명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 지분도 갖고 있다. 두 번째 상장사인 MTSH는 미얀마와 일본이 손잡고 출범시킨 것이다. 물론 아직은 두 기업의 주가 모두 변동이 심한 편이다. 다음달에는 미얀마시티즌스뱅크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외국인의 YSX 투자가 가능하려면 1914년 제정된 미얀마의 기업법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미얀마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미얀마증권거래위원회는 올해 안에 기업법을 수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멀린스 매니저는 "외국인 투자를 허용할 경우 미얀마 증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얀마 기업은 외국의 첨단 노하우와 자본을 얻고 외국인 투자자는 미얀마 경제의 급성장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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