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대출규제와 공급과잉 우려에 올 들어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반등한 데에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영향이 크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 악재는 여전했지만 재건축을 추진중인 사업장마다 속도를 내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
이는 새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란 청사진이 해당 소유주나 잠재 수요자 사이에서 공유된 데 따른 것이다. 현 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재건축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풀었다. 그간 사업이 더뎠던 곳이나 물밑에서 준비하던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기회에'라는 기대심리가 올라갔다.
여기에 강남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졌다. 강남은 재건축 이후 이주하려는 이가 거의 없다. 얼마 전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은 강남권 한 단지는 조합원 신청률이 99%에 육박했다. 사실상 모든 조합원이 재건축하는 아파트를 그대로 갖는 셈이다.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수천만 수억원씩 자산가치가 뛰니 적지 않은 분담금을 기꺼이 감수한다. 학교든 직장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살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니 임대수요가 없을 걱정도 없다.
재건축 과정에서 진행한 일반분양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무색하게 할 만큼 청약경쟁률은 치열했고 단기간 내 모두 팔려나갔다. 재건축단지의 고분양가는 새 아파트를 둘러싼 주변 인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조합은 기존 주민, 즉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을 높이고자 한다. 공사를 맡는 시공사 역시 당초 정해진 공사비가 제한적인 만큼 일반분양분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려는 심산이 크다. 실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하려는 자 역시 당장 비싸게 사더라도 추후 그 이상의 자산가치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다.
인근 중개업소나 주민 역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고분양가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서울에서도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개포동 재건축단지의 경우 강남권을 넘어 서울ㆍ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던 만큼 자연스레 관심은 앞으로 남은 단지들의 분양성적으로 모인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다. 지난 3일 문을 연 래미안 루체하임의 견본주택에는 이번 연휴에만 3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삼성물산 측은 추산했다. 청약에 의향있는 잠재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설명회에도 적잖은 이가 다녀간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청약접수에도 상당한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일반분양하는 332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평형 물량이 80%에 달한다. 앞서 개포지구 재건축단지 가운데 처음 일반분양에 나섰던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경우 중소형이 절반 정도였다. 한승완 루체하임 분양소장은 "지하철이 가까워 개포지구 내 다른 단지와 달리 실질적 역세권으로 꼽힌다"며 "개포에서 첫번째로 입주할 예정인 만큼 집값 오름세도 주변 아파트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개포지구 내 첫 재건축 일반분양을 했던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나 반포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는 청약경쟁률 수십대일에 완판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다. 지방에 있는 중소ㆍ중견규모 건설사 아파트의 경우 청약접수가 한두건에 불과한 곳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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