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가가 도덕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시각 7.5%에 불과
10명 중 4명은"현재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곳은 없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소비자 10명 중 4명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으며 시민단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주권'과 '기업윤리'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대부분은 정부와 국회, 기업 모두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거나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전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6%에 불과했다. 2014년 같은 조사(10.6%)에 비해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더 강해진 것으로, 특히 30대(2%)가 가장 낮은 동의율을 보였다.
물론 여당과 야당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여당 5.5%, 야당 8.9%)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각각 23.9%, 28.8%만이 동의한 것이다.
역시 30대 소비자가 대기업(19.6%)과 중소기업(24.4%) 모두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는데 가장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단체나 NGO의 역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현재 시민단체와 NGO 등 비영리단체가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는데 공감하는 의견은 26.3%로, 2014년(31.6%)에 비해서 더욱 낮아졌다. 소비자의 편에 서야 할 단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커진 것이다.
전체 10명 중 4명(38.9%)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곳은 없다는 다소 단정적인 생각까지도 드러냈다. 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비자를 대변하는 곳이 없다는 인식(20대 37.2%, 30대 44.8%, 40대 36.4%, 50대 37.2%)이 가장 뚜렷했다.
기업윤리와 관련한 인식평가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동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2명 중 1명(50.1%)은 사업의 기준이'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인가?'하고 묻는 것이라는데 공감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성별(남성 50.8%, 여성 49.4%)과 연령(20대 51.6%, 30대 51.6%, 40대 49.2%, 50대 48%)에 무관하게 사업의 기준은 '이익'이라는데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11.9%로,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또한 모든 사업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는 시각에 전체 76.9%가 동의하는 태도를 보일 만큼, 기업을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각 기업만의 입장과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데 많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사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기에 성공을 위해서는 도덕문제를 무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단 6.8%에 불과했으며,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뿐 수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8.5%에 그쳤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성공을 위해 도덕성을 외면하고(남성 10.3%, 여성 3%),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남성 11.6%, 여성 5.4%)는 태도에 더욱 공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사업과 도덕가치가 별개의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4명 중 1명(24.4%)에 머물렀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44%로 훨씬 많았다.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소비자들의 태도는 사업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먼저 훌륭한 사업가란 성공한 사업가를 말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하는 의견(26%)보다 동의하지 않는 의견(37.6%)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공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사업가라고는 할 수 없다는 시선이 보다 강한 것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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