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투자와 소비가 모두 부진하면서 한국 경제가 성장이 멈춰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도 불안한 신호가 감지되면서 당장 돌파구를 마련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해운 조선 잇딴 구조조정으로 나타난 부작용이 겹치면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글로벌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최종수요에서 글로벌 투자 비중이 축소됐다"며 "2008~2014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0.21%포인트씩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과 금융위기 이후인 2014년의 세계 최종수요 구성을 비교하면 민간소비는 0.9%포인트, 정부소비는 0.8%포인트 늘어난 반면 투자는 1.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우리나라 경제의 GDP는 1.5% 가량 축소한 것으로 추정, 2008~2014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0.21%포인트 감소한 셈이다.
보고서는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0.14%포인트)과 일본(-0.08%포인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국내 투자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3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비투자 예상 규모는 182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0.9%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실적은 2015년 1.0% 증가에 이어, 2016년에도 0.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설비투자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설비투자 여력도 축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은 "반도체, 철강 등 주력업종에서 중국의 추격, 공급과잉 및 수요부진 심화 등으로 투자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대내외 투자 부진 속에서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경제에 무리를 주고 있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이후 용선료 협상이 진행중이며, 현대상선도 자율협약을 위한 용선료 협상에 매진하고 있다. 조선사들의 인력감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조선과 철강업체의 신규 고용이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조선업이 몰려있는 경남 지역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7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신규 고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 중 62.2%가 올해 고용을 작년보다 늘리고 나머지는 줄인다고 응답했다.
결국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까지 위축되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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