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감사원은 24일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11개 교육청의 올해 재정여력을 확인한 결과 전액 또는 일부 예산편성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감사원은 로펌 등의 자문을 구한 결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헌법과 상위 법률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예산을 우선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누리과정 예산편성'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천과 광주를 제외한 9개 교육청(서울, 부산, 경기, 충북 전북, 전남, 경남, 강원, 제주)의 경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전액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인천과 광주의 경우에도 부족한 재원이 1977억원인데 860억원 가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재정적 여력이 있는지를 두고서 교육부와 논란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11개 시도교육청의 경우 정부의 시행령이 상위 법령과 위배될 뿐더러 재정적 여력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은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추가 세입 예산을 더하고 과다 편성된 세출예산 등을 조정할 경우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령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순세계잉여금 1088억원, 목적예비비 614억원, 지방세 정산분 1997억원, 과다 편성된 사업비 375억원 등을 합하면 5693억원의 재정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경우에도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순세계잉여금 1174억원과 목적예비비 등 정부지원금 181억원, 지방세 정산분 1559억원, 과다 편성된 사업비 1122억원을 합하면 재정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광주의 경우에는 순세계잉여금 114억원, 목적예비비 79억원, 과다편성 사업비 74억원 등을 모두 합해도 누리과정 부족액 721억원에는 400억원 가량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재원 조달 규모에는 차이는 있지만 추가적으로 누리과정 비용을 부담할 재원은 찾아보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는 감사원과 시도교육청의 입장이 다르다. 감사원은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보는 재원에 대해 누리과정 미편성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가령 목적예비비의 경우 학교시설 개선 등 목적이 지정되어 있어 활용하기 어려우며, 지자체로부터 지방세정산분이 언제 넘어올 시기를 알 수 없고, 교육재정의 건전성 드을 고려할 때 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로펌(3곳)과 한국공법학회 추천 교수(3명), 정부법무공단 등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헌법이나 상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각각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결정하지 않는 현 단계에서는 시행령 등이 유효함에 따라 누리과정을 우선 편성할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우선 배정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석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법령의 위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문을 받은 것에 불과해 자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누리과정 미배정 시도교육청이 감사원의 지적처럼 실제 예산 배정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이 이미 감사원이 언급한 대부분의 재원조달방안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한데다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어야만 하는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감사는 올해 예산에만 한정된 것으로 근본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 항구적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분석한 것은 올해 재정 여건만 검토한 것"이라며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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