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할랄인증이 없으면 이슬람권에 수출할 수 없나요?'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사진)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조 대표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할랄인증' 관련 전문가다.
할랄(halal)은 '허락된 것'을 뜻하는 아랍어.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ㆍ처리ㆍ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인증 마크가 할랄인증이다. 국내에는 이슬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할랄인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 대표의 대답은 '노(NO)'다.
조 대표는 "할랄인증이 없으면 중동이나 동남아 등 이슬람권에 식품을 수출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며 "케이스(사례)마다 다르다는 게 정답"이라고 말한다. 이슬람권에 수출하는 화장품에는 알코올이 함유되면 안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고, 그렇게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정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잘못 알려져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011년부터 국내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할랄인증 컨설팅ㆍ대행 업무를 해 왔다. 이제껏 70~80개 회사의 할랄인증을 컨설팅했는데 이들 업체 중 일부는 할랄인증 없이도 차곡차곡 수출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SK그룹과 외국투자법인 제약회사에서 무역과 해외사업 업무를 했고 직장을 그만둔 후 해외사업 관련 투자컨설팅을 하다 이 길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대형 우유회사 제품을 말레이시아에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일을 돕다 말레이시아 할랄 전시회를 알게 됐고,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할랄인증 분야를 개척했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할랄인증기관 말레이시아 '자킴(JAKIM)'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도 조 대표다.
그는 "할랄이 학생이라면, 할랄인증은 학생증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이기만 하면 학생요금으로 입장할 수 있는 놀이공원이 있고, 반드시 학생증을 제시해야 할인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할랄인증 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300개 정도인데 그중에서는 공신력이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며 "제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 더해 공략할 시장에 적합한 할랄인증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이슬람권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지난달 이란 순방을 계기로 관심은 더 커졌다.
국내 식품ㆍ화장품 기업의 높은 관심에 맞춰 조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번역한 '할랄식품생산론'을 이번 주 출간한다. 이 책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미국 대학에서 연구자로 일하는 미안 리아즈 박사와 미국 이슬람식품영양협의회(IFANCA)에서 할랄인증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하는 무함마드 챠드리가 지은 책으로 할랄 식품 요건과 할랄인증에 관한 이들의 실무경험을 담고 있다.
조 대표는 "글로벌 기업 네슬레는 20여년 전부터 이슬람시장을 개척해 파우더에서 요리재료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출을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는 길이 시장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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