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안드로이드 오토' 탑재한 차량 구글 지도 때문에 국내 출시 못해
'공간정보법'에서 지도데이터 해외 반출하려면 심사 거치도록 명시
[샌프란시스코(미국)=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구글 지도 서비스가 국내에 출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내비게이션과 자동차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권범준 구글 지도 PM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자동차 길찾기나 내비게이션 기능, 실내지도 기능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지도 데이터와 관련해 정부 통제를 명시한 법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는 2008년 한국에 출시됐지만 현재 제공되는 기능은 '대중교통 길찾기'밖에 없다. 정부가 지도 서비스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은 써드파티 서버회사를 통해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간정보법'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는 심사를 거쳐 반출을 승인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상업적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한 전례가 없다. 국가 보안에 중요한 자료라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구글 지도를 활용한 서비스도 국내에서 원활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구글의 스마트카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차량을 글로벌 41개국에 확대할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사용하는 '구글 지도' 서비스 때문이다.
권범준 PM은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이나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길찾기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며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에서 작동되지 않는 불이익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반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외 지역에서 위성지도를 볼 때 보안시설이 노출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나 논산 훈련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보안시설이다. 현재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시설의 위성 사진을 흐릿하게 처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지도의 항공사진을 살펴보면 두 곳을 숲이나 논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지도 서비스에서 보안 시설 이미지를 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해외 지도 데이터 판매 업체인 디지털 글로브나 아스트리움 같은 회사들은 위성 사진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지도 서비스 회사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작 논산 훈련소나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지도 이미지를 활용해 위치를 안내하고 있다.
권 PM은 "이미 위성 이미지는 판매업체들을 통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어서 구글만 (보안시설을) 지도에서 지운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며 "위성사진에 드러나는 보안구역들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애초에 이스라엘처럼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팔 수 없도록 차단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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