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에 이어 이번에는 연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독일 본사에서 한국 지사로 넘어온 '차량 연비 시험서'가 대행사를 거쳐 한국 정부에 제출되는 과정에서 조작된 정황을 파악했다.
현재 수입차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준에 맞는 연비 시험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기준에 부합하는 수치가 적힌 연비 시험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한 뒤 차량을 판매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본사와 임원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제출한 연비 시험서의 수치가 다른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비 조작의 경우 배기가스 조작보다 더 민감한 사안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배기가스 배출량보다는 차량 연비를 따져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대표 차량이자 국내 수입차 판매 베스트셀링카인 티구안과 골프만하더라도 모두 뛰어난 연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해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연비 조작 사건이 올 초부터 시판된 유로6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 수사와는 별개라는 점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사문서 변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 처벌된다.
앞서 검찰은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허용기준에 맞지 않게 자동차를 생산하고 생산차량의 인증을 받지 않은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로 수사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리콜 명령을 받고도 리콜 계획의 핵심 내용을 제출하지 않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총괄대표 요하네스 타머 사장과 한국법인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배출가스 조작의 핵심은 배출허용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EA 189엔진이 탑재된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대목이다. 이를 통해 인증시험 중에는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 일반주행 상태에서는 저감장치의 작동을 멈춰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을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명확한 위반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형사고발은 하지 않았다. 이에 환경부는 이번건에 대해 지난주 환경부 고문변호사와 정부법무공단에 법률 자문을 의뢰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었다.
앞서 미국에서의 진행 상황도 환경부의 형사 고발을 부추겼다. 미국 환경 당국도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올초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리콜 계획을 반려했다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CARB는 "미국 13개 지역의 환경 규제를 어긴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은 기술적 평가를 하기에는 정보가 불명확하다"며 "리콜 계획서에 차량 엔진 성능과 배출가스,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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