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노동계 반발 확산…극우전선 어부지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프랑스 정부가 친(親)기업적인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놓고 프랑스 사회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정부의 노동법 처리에 반발하는 수백명의 학생과 노동조합 단체들은 파리 시내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의 사임을 요구하며 밤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사회당 내에서도 법안의 내용과 헌법 제49조3항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통과한 절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올랑드 대통령이 직권으로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그만큼 고(高)실업 저(低)성장으로 대변되는 '프랑스병(病)'을 고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1년여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 올랑드가 내각 불신임이라는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친기업적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올랑드 대통령이 향후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올랑드의 내년 대선 출마를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번 법안 통과는 "헌법 49조3항이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올랑드의 과거 발언에 모순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올랑드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이나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경제개혁에 대한 국가적 저항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지 TV채널 프랑스24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8%가 노동개혁법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사회당 일부 의원들이 주도한 내각 불신임 투표는 정족수(58표)에 2표가 모자라 성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주도의 불신임 투표는 현지시간으로 12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회당이 양분돼 있어 공화당 주도의 불신임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올랑드에 대한 정치적 역풍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수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당수는 의원들에게 불신임 투표 동참을 독려하면서 "정부가 해산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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