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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 잇달아 무산]발주처 관행이 뭐길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4초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대형 공사 수주에 앞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벌써부터 금융조달 등 이란에서 제시한 깐깐한 조항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 MOU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차선책을 공공연히 거론, 우리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면서 해외 발주처의 안 좋은 관행들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건설 업계에선 견적 후려치기, 추가비용 떠넘기기 등 중동 발주처의 공사비 쥐어짜기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 발주처들이 저유가에 재정이 부족해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공사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전 세계 주요 건설사들이 앞다퉈 중동 발주 물량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극심해진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발견되는 현상은 EWA(Early Work Agreement)에 따른 견적 후려치기다. EWA는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이전에 기본설계를 통해 공사 견적을 산출, 시공사와 발주처 간 합의된 비용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후 견적서를 바탕으로 비용을 고정시키는 럼섬(lump sum)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는 게 일반적인 EWA 계약 방식이다.


EWA가 장점도 있지만, 일부 발주처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 발주처들은 경쟁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이후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왔을 때만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을 한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도 할 수 없고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을 시공사가 100%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사에 대한 분쟁도 늘고 있다. 중동 발주처들이 국내 건설사의 클레임에 반감을 나타내면서 공사비 받기가 녹록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2012년 국내 대형사 6곳은 '사우디제이션'(사우디아라비아의 자국민 우대 고용정책)으로 총 1억달러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물었다. 일부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사우디 발주처와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해외건설 관련 중재사건이 지난해에만 10건 접수됐다. 2014년 1건이 접수된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사건 대부분은 현지 하도급업체가 국내 건설사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해외 발주처의 결제 지연으로 자금 흐름이 경색된 결과로 분석된다. 발주처와의 분쟁이 하청업체의 중재 신청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형 건설사 6곳의 미청구 공사 평균 잔액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 곳곳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청구 공사 잔액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비를 뜻한다.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발주처와의 계약에서 정한 주요 공사 단계가 끝나면 공사비를 청구할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저유가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중동 등의 현지 공사가 지연, 시공사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발 어닝쇼크를 겪을 정도로 계약·시공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했다"면서 "이란의 경우 단순 도급이 아닌 금융조달을 동반한 개발사업이 많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요 예측·운영기간 등을 계약 단계부터 꼼꼼하게 따져서 최종 계약을 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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