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이란방문 동행한 밸브업체 화성 장원규 사장 현지 인터뷰
이란 빗장 열리기만 학수고대…중국과 경쟁 우위확보는 향후 과제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 경기침체를 극복할 돌파구.' 박근혜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이란에서 이런 제목을 단 뉴스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란 진출을 타진하는 대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 아닐까. 대통령 이란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을 모집한다는 신문기사 한 줄 읽고 "그래 한 번 해보자"고 용기를 낸 중소기업 사장을 2일 테헤란에서 만났다.
산업용 밸브를 생산하는 대구 중소기업 '화성'의 장원규 사장은 3년전 고생길에 들어섰다. 그가 만드는 밸브는 원유나 천연가스 파이프를 연결하고 유량을 조절하는 핵심부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사업이 번창했지만 중국산 저가공세와 경기침체가 직격탄이 됐다. 2년새 매출이 25% 줄었다. 그러던 중 이란 경제제재가 풀린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 부랴부랴 이란으로 날아가 바이어를 만나고 계약건을 협상했지만 지방출신 중소기업 사장을 믿어줄리 만무했다.
대기업이나 유명 중소기업만의 잔치로 알던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도전장을 내민 용기는 "이란 아니면 방법이 없다"는 절실함에서 나왔다. 236명 경제사절단에 선정돼 이란을 다시 찾은 그를 현지 바이어는 180도 달라진 눈빛으로 대했다.
"첫 마디가 '엑설런트(excellent, 훌륭하다)'더군요. 한국 대표 밸브기업이란 말을 수십 번하고 증거를 내밀어도 시큰둥하더니 한번에 신뢰가 확보된 거죠." 장 사장은 이번 이란 방문을 계기로 50만달러 규모의 첫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멍석을 깔아줬으니 앞으로 사업은 자신의 몫이라고 하면서도 한 가지 바람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게 사업에 큰 도움이 돼요. 한류 이런 것 말이죠. 그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로 바로 연결되거든요. 정부가 나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외교적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일을 더 많이 했으면 합니다."
극복해야 할 난관은 역시 중국이다. 박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을 방문해 터를 다진 것도 신경이 쓰인다. 장 사장은 말했다. "그래도 늦지 않게 대통령이 이란을 찾은 정말 다행 중 다행이에요. 이제 품질로 승부하는 일만 남은 거죠. 밸브는 안전이 관련된 부품이니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압밸브 등을 연구해서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장 사장은 호텔 로비에 설치된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느라 부산을 떨었다. 바이어에게 보여줄 '인증샷'이 있어야 한다며. "이왕 도와주는 거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들과 단체사진이라도 찍어주신다면 제2의 중동 붐은 더 빨리 올텐데"라는 생각이 두 사람 머리에 동시에 스쳤다.
테헤란(이란)=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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