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투자금 600억 회수 가능성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 국내 면세점 시장 5위 업체인 동화면세점이 재무적인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악재로 방한 외국인 수는 줄고 판관비가 급증한데다 호텔신라로부터 투자받은 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커져서다. 동화면세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씨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어서 운영 현황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가 2013년 체결한 쌍방 콜·풋옵션 계약 만기일이 다음달 3일 돌아온다.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가 투자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투자원금 600억원에 이자까지 더해서 돌려줘야 한다.
이 같은 재무리스크는 최근 들어 영업실적이 급격히 부진해진 동화면세점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메르스 악재로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면세점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이 회사의 영업활동금흐름은 본업인 영업 관련 돈의 유입, 유출을 나타낸다. 이 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실질적인 현금 잔고가 비었다는 것을 뜻한다. 2014년 70억원데 달했던 당기순이익도 작년에는 15억원을 기록, 78%나 급감했다.
동화면세점 측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의 감소와 송객, 가이드 수수료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6월 이후 하반기에는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관광객 거의 없어 이익이 줄어들었다"면서 "판매관리비에는 가이드 수수료 뿐만 아니라 여행사 알선 수수료 등도 포함되는데 단체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증가폭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측이 돌아오는 만기일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임영주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행사를 하게 되면 지분이 없어지는데, 현재 호텔신라가 자금이 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당장 이를 행사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분이 적지 않은 걸로 봐서는 호텔신라 측이 동화면세점의 경영권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기까지 가 봐야 투자금을 회수할지 말 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동화면세점은 최대주주 김기병 씨가 회장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2013년 투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재무 위험을 떠안게 됐다. 당시 롯데관광개발은 1700억 규모의 투자를 했지만 사업이 무산돼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동화면세점 지분을 담보로 호텔신라로부터 받은 600억원의 투자금을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썼다. 김기병 씨는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이사 남편이다. 신 대표는 오빠인 신 총괄회장과 롯데 로고 사용 문제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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