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 멕시코 순방에 필자도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다. 이번 순방은 역대 최대 규모인 145명(144개사)이 동행했으며, 특히 그 중 95개사가 중소ㆍ중견기업이었다. 중소기업 해외진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깊은 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한국과 멕시코의 인연은 110여년 전인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강들이 앞다투어 약소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넓혀가던 시절, 1033명의 동포들은 일본 인력송출회사의 주선으로 저임금 노동자가 팔려가듯이 멕시코로 보내졌다. 기후, 언어, 음식 등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멕시코 사탕수수농장의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들은 조국을 원망하기보다 힘들게 벌은 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로 보냈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 자금으로 독립군 양성학교를 지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스스로 뿌듯해하고 서로의 등을 토닥였을 모습을 그려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움이 밀려온다.
이제 멕시코 내 한인사회는 뿌리를 내렸다. 근면 성실하고 투철한 책임감을 가진 우리민족 고유의 DNA가 발휘되어 건설업, 섬유의류업, 각종 자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멕시코는 1억2000만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47개국과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를 바탕으로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의 인접성, 값싼 양질의 노동력 등 멕시코만의 주요 경쟁력으로 아메리칸 대륙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폭스바겐, 닛산, GM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멕시코는 2010년 9위, 2013년 8위, 2014년 7위로 올랐으며, 현재 건설 중인 공장들이 대부분 생산을 시작하는 2020년에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수출시장이자 최대 무역흑자국이다.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에도 멕시코 수출은 2012년 90억4200만 달러에서 2015년 108억9200만 달러로 20.5%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64억5100만 달러에서 74억2800만 달러로 15.1%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유통기업 진출 및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우리 제품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ㆍ멕시코 정상외교를 활용한 양국 간 경제협력은 우리 기업의 멕시코 시장공략과 중남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인 34건의 양국간 협력 MOU 중 29건이 경제분야 업무협약이다. 그동안 지체되었던 FTA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면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수출품에 고관세가 철폐되고, 823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조달시장에 납품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의 멕시코 방문성과가 110년 전 조국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없이 낮선 이국땅에서 삶의 터전을 개척한 선배세대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고, 한국과 멕시코 양국 모두의 미래 번영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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