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각종 악재에 곤혹…1위 타이틀 무색한 수입차 강자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를 본 적이 있다. 감동의 눈물이 아닌 아쉬움과 탄식이 깊게 배어있었다. 1위만이 기억되는 냉정한 스포츠 세계에서 2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동안 흔들렸던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슬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만큼 1위라는 타이틀은 중요하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경쟁에서도 1위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1위 기업이 되면 소비자들에게 투자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심어준다. 이러한 신뢰감은 기업이 또 다른 신제품을 선보였을 때도 대부분 그대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1위를 하기 위해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이러한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15.5% 수준으로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포드코리아 등이 1위 자리를 높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전통 강자인 BMW와 벤츠의 경쟁이 볼만하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BMW가 4만7877대, 벤츠가 4만6994대를 기록했다. BMW는 수입차 최초로 연간 4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7년째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전년 대비 성장률로 보면 벤츠가 BMW 보다 앞선다. 지난해 벤츠는 전년 대비 33.5%를 성장하며 19.2% 성장한 BMW를 성장률에서 크게 앞질렀다. 매출액에서도 벤츠는 수입차 업체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면서 매출 1등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3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도 벤츠가 1위다. 지난달까지 판매대수는 벤츠가 1만3247대, BMW가 9643대를 기록했다.
벤츠는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5만대로 제시했다. 현재 상승세를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판매대수 경쟁에서도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벤츠는 지난해 9월 신임 사장으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를 선임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간 상태다. 딜러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강화는 물론 전시장 확충 등 고객 서비스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벤츠는 최근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곤혹을 겪고 있다. 한국법인 설립 13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인증 변속기 장착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고 세무조사로 500여억원의 세금 폭탄까지 맞았으며 할부 금융 자회사의 고객정보 보호 미흡으로 감독당국의 징계도 받았다. 지금의 상황으로만 본다면 판매는 1위지만 고객과의 신뢰는 꼴등인 셈이다.
기업에서 1위라는 이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다. 신뢰가 없는 1위는 의미가 없다. 설령 1위를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을 것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올 1월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 우리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만족도 1위"라고 밝힌 바 있다.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1위 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벤츠가 이를 간과한다면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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