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계자는 18일 "더민주당이 제시한 채권 소각 공약은 일단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채권을 소각했을 때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하는 자산관리공사의 부담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채권 소각 공약은 서민들의 빚 탕감을 돕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의 대표 제윤경 비례대표 당선인이 내놓은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일괄 소각해 저소득ㆍ저신용 서민의 부채를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제 당선인 측은 이를 통해 41만명가량이 구제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나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장기 연체된 신용채출 채권을 매입해 원리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해 왔다. '회수'가 아닌 '소각'으로 정책을 전환하자는 게 더민주당의 주장이다.
더민주당은 또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 채권 중 장기 연체자, 고령층 연체자 등 상환 능력이 부족한 114만명의 소액 장기 채권도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제 당선인은 "은행 등이 재산과 소득을 철저히 조사하는데도 10년 이상 연체를 했다면 그야말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인데 신용사회에서 퇴출시키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들을 경제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복기금에서 채권 추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일 것이 아니라 아예 소각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는 일단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공약대로 하면 소각되는 채권 규모는 1조8000억원에 이르며 매입 비용으로 들어간 1000억원 이상을 날리게 되는 셈"이라며 "기금 출범할 때 과거 신용회복기금 재원으로 부족해 공사에서 빌려오는 방식으로 5900억원가량을 투입했으며 이제 조금씩 회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소액채권을 일괄적으로 소각해줄 경우 도덕적 해이 뿐 아니라 빚을 성실히 갚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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