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통화정책에 한계를 느끼고, 남은 수단인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로 뜻을 모았다. 구조개혁은 더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를 한 이후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성장, 일자리 창출, 경제신뢰 제고를 위해 유연하게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말 상하이 G20 재무장관회의 때 합의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G20)는 일부 국가의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 등 회원국의 정책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재정 정책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유럽,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통화정책은 이미 확장될 대로 확장됐다고 판단한 G20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해서 쓰되,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자고 합의한 것이다.
최근 G20은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이를 빗 대 '삼지창(3-pronged approach)'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침체된 경기를 막기 위해 각국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와 함께 진행되는 실무진 회의에 참석한 진승호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통화정책은 더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최대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단기적으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G20은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작년 하반기 이후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연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과 테러, 난민 문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는 위험성(하방 위험)이 여전하다고 봤다.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지난 G20 회의 때보다 한 걸음 진전됐다.
G20은 2018년까지 현 추세보다 2% 추가 성장하기 위해 국가별로 구조개혁 정책을 최대한 이행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더해 G20은 노동·재정·금융 등을 포함한 9개 분야를 구조개혁 우선 추진분야로 선정했다.
각국은 구조개혁 추진 원칙과 평가지표를 마련해 올해 7월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때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 등이 관심을 갖지 않아 관련 논의가 확대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20은 '파나마 페이퍼' 파문을 계기로 국제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자는 합의도 도출해냈다.
각국은 조세 회피 대응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고 조세회피처의 조세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페이퍼 컴퍼니의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 파악을 강화하기로 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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