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제작한 세월호 특별교재
교육부 "정치적 편향, 교재 부적합"
계기수업 활용 금지·강력 경고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려던 학교 현장은 끝내 이념 논쟁의 장이 됐다.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와 맞물려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직접 제작한 이른바 '4·16 교과서'를 계기수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면서 제대로 된 '애도'도, 명확한 '교육'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계기수업은 교육 과정에 나와 있지 않은 특정 주제를 가르치는 수업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슈나 사건이 있을 때 이를 계기로 해 실시하는 교육 활동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이 4·16 교과서를 활용한 계기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전교조와 교육부의 입장은 엇갈린다. 우선 전교조는 이 교과서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 '교사용 교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희생자는 학생과 교사였고,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된 불법과적과 증축, 이를 가능하게 한 규제완화, 구조 과정에서 특정 해운사와의 결탁 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드러난 사건인 만큼 똑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과서의 개발 취지와 구성 등이 정치적 수단 성격이 있고, 교육중립성 면에서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과정, 대처방법 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여과 없이 실어 아직 가치판단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초등용 4·16 교과서 68~71쪽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아이들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 여왕, 괴물로 묘사한 부분에 대해 교육부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다"고 판단했다.
또 중등용 96쪽에서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흐르는 동안 대통령과 장관 등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주체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인솔자로서 책임을 느껴 자살했다'고 서술된 부분도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봤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총 17곳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이같은 조치 때문에 사실상 세월호를 주제로 한 수업을 아예 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떠나보낸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추모 뿐 아니라 사고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교육부가 계기수업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일부 교사가 단독으로 수업을 강행하려면 학교장은 물론 동료교사, 학부모들까지 곤란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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