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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성과주의 노사 교섭 시작도 못하고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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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성과주의 도입 논의를 위한 금융 산업 노사 교섭이 시작도 하지 못하는 파행을 빚게 됐다.


앞서 산업은행 등 공기업 사측이 산업별 교섭 대신 개별 교섭을 하겠다고 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등에 대한 양측 입장이 극단적으로 갈려 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일 오후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업별 첫 중앙교섭을 열 예정이나 “사측 대표자 전원이 나와야 한다”는 노조 요구에 대해 사측이 불가 입장을 밝히며 교섭에 나오지 않기로 했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공기업들은 개별 교섭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산별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 각 6명의 대표들이 교섭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각 회사별 대표들이 모두 나오라고 하는 노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오늘 교섭에 사측은 모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 대표들은 지난달 30일 “금융노조와의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데 시한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체 대표자들이 나와 상견례를 하기로 하고 그에 맞춰 장소까지 마련했었는데 이후 공기업들이 탈퇴 선언을 하니까 사측 입장이 달라졌다"며 "일단 정해진 첫 교섭이므로 노측은 교섭장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 사측은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 갈수록 이익이 줄어드는데도 비용은 계속 상승하는 것이 본질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이 벌어들인 돈과 비용을 비교하는 이익경비율은 2010년 40% 초반에서 지난해 55%로 높아졌고,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5%에서 62%를 넘어섰다.


인건비는 변동될 수 있어야 하는데 호봉제에 묶여 실적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정비화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속년수가 쌓이면 급여가 늘어가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연봉제를 올해 도입하자는 게 사측의 요구다.


반면 노조는 성과 평가의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사측의 자의적인 판단에 휘둘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인건비가 아닌 관치금융의 폐해로 보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노조 중앙위원회에서 “정권과 사측의 성과연봉제 요구는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성과 평가를 통해 신성한 노동이 대가인 임금과 생존권이 달린 해고에까지 기준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또 “금융산업 경쟁력 후퇴의 진짜 원인은 성과주의의 부재가 아니라 잘못된 금융정책을 강요해 온 관치금융 탓”이라며 낙하산 인사 금지, 노사 공동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관치금융 금지 및 피해 보상, 국책 공기업 자율교섭 보장 등을 주된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저성과자 문제에 대해서는 사측이 ‘관리 방안’이라고 하며, 노측은 ‘해고 자유화’라고 표현한다. 사측은 직무능력과 성과가 현저히 부족한 직원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취업규칙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선정하고 능력과 성과 향상을 위한 재교육와 업무재배치의 절차와 방법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영구 사용자협의회 회장은 “임금이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니까 능력 개발과 성과 달성 의욕을 저하시키고 조직 내 무사안일,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무임승차족이 없는 조직은 없다. 그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자율적으로 방안을 찾아야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사용자들이 자의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전권을 쥐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김철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해고가 정당화되려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판례 견해에 따르면 저성과자 방출 절차는 부당해고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노사 불신과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임금 동결과 신입 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임금 4.4% 인상과 신입 직원에 대한 근로조건 차별 금지로 맞서고 있다.


공기업 사측은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면서 금융노조가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한국노총의 노동법 저지 투쟁 일정에 맞춰 오는 6월 중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는 점을 들었다. 시각 차가 워낙 커서 노사 양측 모두 시작부터 결렬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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