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노조와의 산업별 교섭 대신 개별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공기업 노조들은 산별교섭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 공기업 대표들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금융노조와의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데 시한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공기업들이다.
그동안 산별교섭에서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임금 동결, 신규 직원 초임 인하,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측은 임금 4.4% 인상과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 제도 금지, 성과 평가를 이유로 한 해고 등 징벌 금지, 신입 직원 차별 금지 등을 요구했다.
금융 공기업 사측은 “언론 보도를 보면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한국노총의 노동법 저지 투쟁 일정에 맞춰 6월 중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재의 산별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기한 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융 공기업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조기에 도입해야 직원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고 기한 내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성과주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또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직원들은 성과주의 인사 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에도 금융노조가 기득권 보호에 집착해 시대착오적 반대만 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날 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을 하려 했으나 금융노조 관계자들이 브리핑장 입구를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한 금융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뒤에서 공기업들에게 협의회 탈퇴를 종용했고 공기업 대표들이 꼭두각시처럼 따라가려는 것”이라며 “산별교섭 체계를 흔들려는 시도이지만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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