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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기술보호대책] 공공기관마저 中企 기술 빼먹는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0초

기술유출 최대 3배 배상 '징벌적 손배제' 도입…실태는
납품계약 조건 기술제공 요구
불이익 당할까봐 신고도 못해


[중기기술보호대책] 공공기관마저 中企 기술 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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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벤처기업인 C사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M사에 국내 및 해외 유통을 위한 업무제휴를 신청했다. 그러자 M사는 기획서 및 핵심자료를 요구했다. 계약 체결을 위해 자료를 제공했지만 이후 M사의 연락은 없었다. 그러다 얼마 후 C사는 해외에서 자사가 개발한 것과 거의 흡사한 게임이 출시된 것을 발견했다. 이 게임을 출시한 업체는 바로 M사였다.

# 배터리라벨 제조기업 S사는 자사가 납품하는 대기업 L사로부터 기술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체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품질관리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하청업체라는 '을'의 입장상 다음 납품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기술자료를 고스란히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L사는 S사로부터 취득한 기술을 중국 내 자체 생산시설에 적용시켰다.


6일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실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납품 계약을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기술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독점공급, 판로개척 등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교묘하게 가로채는 수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장 기술은 개발했지만 양산이나 판매할 자금이 없는 중소기업이 쉽게 '덫'에 걸려들 수 밖에 없다.


◆'봉'이 된 中企…대기업에 공공기관마저 등치다 =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마저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해하고 있었다.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엄연히 불법적인 기술 탈취 행위다.


하지만 약자인 중소기업의 입장상 기술을 거의 강제적으로 탈취당하더라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한 지방자치단체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B사가 개발해 특허등록한 체력측정용 소프트웨어를 지난 2012년부터 납품받아 사용하다 지난해 1월 서비스 사용을 중지했다. 하지만 이 지자체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인 C사에게 유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해 납품받아 사용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슈퍼 갑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심기를 건드려 향후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그냥 덮어두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기술 유출로 中企 피해액 '천정부지'…3년간 6조원 = 기술유출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중소기업 수는 물론, 피해액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10.2%가 최근 3년간 기술유출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다. 또 중소기업 1곳당 기술 유출 피해액은 2008년 16억4000만원에서 2014년에는 37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중소기업 전체를 보면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피해액은 6조257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소기업 연간 전체 연구개발비의 58.0% 수준이다.


정기환 중소기업청 기술협력보호과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이 유출 당했음에도 관리성을 입증하지 못해 소송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활기를 띠면서 해외에서 곧바로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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