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대미 외교’의 물꼬를 열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북한의 도발메시지는 계속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7일 '김정은 지도 밑에 장거리포병대 집중화력타격연습 진행'이라는 제목의 20분 분량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24일 청와대와 서울시내 정부 시설을 겨냥해 진행한 '장거리 포병대' 훈련 동영상이다.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훈련 시찰 영상을 사흘 만에 기록영화 형태로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독자제재 등 잇따른 대북제재 압박 속에서 북한은 자위적 핵보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사실 북한에 대한 제재의 한계는 명확하다”며 “아무리 강도 높은 제재를 한다고 해도 핵을 포기하는 것이 정권의 붕괴라고 인식하는 한 한반도 불안만 커질 뿐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오히려 5월에 예정된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도발 수위를 높여 내부 결속만 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도발 움직임이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27일(현지시간)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그것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특정 종류의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대외적 메시지라는 주장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며칠 전 오바마 미 행정부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시키기 위한 평화협정 교섭 시작에 동의했다고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보도 당일 북한과의 비밀접촉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평화협상 교섭에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미 측의 요구에 북한이 거부하면서 이후 핵 도발 정국이 이어졌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밑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북한도 이를 알기 때문에 잇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 속에서도 위축되기보다 도발카드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대화의 시점이다. 제재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외교 당국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싫은 상황이다. 때마침 31일부터 미 워싱턴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제재 국면, 그 이후의 외교적 묘수가 필요한 순간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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