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 상임작곡가 10주년 맞아 인터뷰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지난 10년 동안 '아르스 노바'는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음악 연주회로 성장했습니다. 활동 영역을 넓히고 다양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서울시향의 역량을 더욱 끌어올리겠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가 10주년을 맞았다. 상임작곡가 진은숙씨(55)가 2006년 4월 첫 선을 보인 이 시리즈는 이제까지 총 40회 공연하며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진씨는 2004년 '작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거머쥔 작곡가로 현대 음악계에서는 세계적인 인물이다.
진씨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중요한 레퍼토리지만 한 번도 국내에서 연주되지 않은 작품을 소개해왔다"며 "세어보니 아시아ㆍ세계 초연을 포함해 한국에서 초연한 곡만 170곡이더라"고 했다. 서울시향은 2011년부터 진씨의 주도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단체를 이루어 세계적 작곡가에게 매년 신작을 위촉하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내 곡이 각광받는다 하더라도 그 기쁨은 지난 시간 동안 '아르스 노바' 시리즈를 통해 얻은 프라이드만 못하다"고 돌이켰다.
'아르스 노바'의 가치는 지난해 대만 수출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대만 타이청 콘서트홀은 대만 국립 교향악단과 함께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을 그대로 공연하고 있다. 진씨는 "서울시향이 아시아 음악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에도 이 프로그램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진씨는 '아르스 노바'와 함께 성장하는 서울시향의 위상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10년 전 '내 인생에 한국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던 존경받는 지휘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지난해 서울시향 정기 연주회에 함께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시향의 국제적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명성 있는 지휘자들에게 꼭 한 번은 연주해야 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시향은 내년 초 '아르스 노바'의 10년을 기록하는 책자를 발행할 예정이다. 영국 가디언, 미국 LA타임즈 등의 유명 음악 평론가에게 글을 의뢰하고 함께 했던 지휘자와 솔리스트들의 이야기도 담을 예정이다.
올해 '아르스 노바'는 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내달 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하우스에 오래 몸담았던 캐나다 지휘자 크와메 라이언(46)과 독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8)가 함께 할 예정이다. 엔더스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단원 출신으로 지휘자 주빈 메타(80), 크리스토프 에셴바흐(76), 정명훈(63) 등 세계적 지휘자와 협연했다. 이번 '아르스 노바'에서는 최지연의 '망상'이 세계 초연되고 휠러의 '소실점', 페델라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사전2'가 아시아 초연될 예정이다. 페델라의 곡은 서울시향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공동 위촉한 작품이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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