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이 신(新)인사제도 도입과 조직문화 개편에 나서면서 호칭과 서열파괴의 바람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직급체계와 인사제도를 바꾸는 것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 가속화, 노동시장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기업의 인사관리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 전자 정점으로 직무중심 개편·성과 효율 중시= 삼성그룹은 계열사, 직무별로 다른 직급제도를 직무중심으로 바꿔 조직효율성과 업무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수석' 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차세대 인사제도 도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 디자인 직군은 '사원-선임-책임-수석' 등 4단계 직급체계를 10년 전부터 적용했다. 이 체계를 다른 직군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직급체계의 단계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차장, 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승인절차를 모두 거쳐야 했지만 단계가 줄어들면 의사결정이 더욱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4단계 직급체계에서는 연공서열보다는 직무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점도 중요한 점이다. 삼성전자 연구, 디자인 직군에서는 수석이 대부분 파트장이나 그룹장을 맡고 있으며 때로는 책임이 역할을 맡기도 한다. 연차가 높지 않아도 능력에 따라 책임을 지우고 있어 업무를 더 책임있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외의 타 계열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는 이달 초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같은 기존 직급 대신 각각 프로와 담당으로 용어를 바꿨다. 삼성생명도 이달말부터 5단계 직급(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4단계(사원-선임-책임-수석)로 단순화한다. 삼성화재는 2012년 금융계열사 최초로 '선임-책임-수석' 3단계 직급체계를 도입했다.
◇LG,통념은 없다.. 누구나 팀장 또는 팀원= LG전자도 연공서열 위주의 직급제를 업무중심으로 전환하고 인사평가 방식을 손질하는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벌였다. 직급은 의미가 사라진다. 사회적 통념에 따라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기존 직급은 유지되지만 파트장, 팀장 등 '직책'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과장도 성과가 우수하면 팀장이 될 수 있고, 차장이나 부장이 팀원도 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이 방안을 올해 시범 실시한 뒤 부작용 등을 고려해 최종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인사평가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일정 비율을 정해 S, A, B, C, D등급을 줬지만 앞으로는 S와 D를 제외한 나머지 등급은 절대평가로 바꾼다. 전체 팀원의 절반에게 A를 줄 수도 있고 C만 줄 수도 있다.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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