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여부 재판 전제되지 않아도 헌재 심사…헌재 권한 비대화, 입법영역 침해 논란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아도 '위헌심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추상적 권한통제'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소모적 논쟁과 갈등으로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상적 규범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추상적 규범통제는 한국이 도입하고 있지 않은 제도다. 한국은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소송 당사자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에 의해 위헌심사를 하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채택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이나 위헌소원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추상적 규범통제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은 경우에도 헌재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송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가기관 신청에 의해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헌정 사상 추상적 규범통제를 채택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헌재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헌재가 헌법 개정이라는 부담 요인이 있음에도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을 주장한 이유는 사회 갈등 해소다. 법률이나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뤄지기 전에 헌재가 개입해 위헌여부를 판단한다는 구상이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추상적 규범 통제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93조는 연방법이나 주법이 기본법에 합치하는지를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도 헌법 제61조에 의원발의 법률과 국회법 등을 헌법재판소 합헌성 통제를 받아야 하는 필수적 심판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박한철 소장은 "법원의 사건을 통해 제기되지 않고 입법되기 전에 또는 직후 국회 의결로 헌법재판소에서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훨씬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갈등의 조정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권한이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진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가 입법영역을 침범하는 게 올바른 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편 박한철 소장은 '김영란법' '국회선진화법' 등 헌재에 계류 중인 쟁점 사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박 소장은 "국회의장이 적어도 19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국회 선진화법) 결론을 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어떤 형태로든 빠른 시일내에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소장은 김영란법 처리와 관련해 9월 시행 이전에 심리를 마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특히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본격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계류 중인 사건이라 언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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