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58.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
연평균 수익률 13%…누적 대출 140억원
토지 대출 우선상환한 후 신탁사로 소유권 넘겨 안전장치 확보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는 8년동안 부동산 경매 일을 했다. 경매를 잘 해보기 위해 법무사 사무실에서도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테라펀딩은 세번째 창업 끝에 만든 서비스다.
2007년 양 대표는 HSBC 은행 부산지점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직원이었다. 담보부 여신업무를 맡았던 그는 부동산을 소유한 고객들과 자주 만났고 이때부터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매로 처음 빌라를 구입한 후 은행을 나와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양 대표는 "8년 정도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법도 함께 배우면서 소송도 직접 할 정도가 됐다"며 "좀더 재밌는 일, 규모가 큰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정보기술(IT)분야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평소에 배우는 걸 좋아했던 양 대표는 모임 플랫폼을 만드는 데 도전했다. 2억원을 털어서 모임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두번째 창업아이템은 부동산 전월세 매물을 직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이 역시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양 대표는 '직딜'이라는 앱을 만들었던 이성웅 전 대표와 동업을 추진하다 아예 방향을 바꿨다. 현재 이 전 대표는 테라펀딩의 부사장이다.
세번째 사업이 바로 '테라펀딩'이다. 2013년 초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이 미국에서 많이 생겨나는 걸 본 두 사람은 2014년 초부터 부동산 P2P(개인 대 개인) 대출 플랫폼을 연구했다. 금융위원회가 합법도, 불법도 아니라는 모호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마침내 2014년 말 '테라펀딩'을 출시했다.
테라펀딩은 건축자금을 대출해주는 P2P 대출 서비스다. 주로 다세대ㆍ연립 주택을 짓는 건축주들에게 건축자금을 빌려준다. 누적 대출금은 약 140억원. 투자자들에게 보장해주는 연평균 수익률은 13%대다. 월 2~3건 가량 투자를 받고, 투자자들은 최소 1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테라펀딩은 주로 소형 주택에 건축자금을 빌려준다.
양 대표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 외 분야로 확장할 계획은 없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늘어나고, 빌라의 경우 부동산 경기와 상관 없이 공급량이 꾸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라펀딩은 대출에 앞서 건축사업의 심사ㆍ심의절차를 거친다. 해당 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업지의 사업성을 살핀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상환 재원이다. 완성된 후 분양, 전세금, 대환대출, 경매했을 때 낙찰률을 분석해 몇 %까지 회수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양 대표는 "분양, 전세, 대환대출, 경매 4가지 조건에 모두 충족돼야 대출을 승인한다"며 "부동산, 금융, IT, 감정평가, 부동산개발 등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들이 직접 평가와 심사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테라펀딩은 건축주가 다른 채무로 압류를 당하거나, 경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건축주가 돈을 빌려 토지를 구입한 경우, 대출을 우선 상환시킨 후 테라펀딩이 1순위 채무자 지위를 확보한다. 이후 부동산 신탁회사에 토지 소유권을 넘겨 압류당하지 않도록 했다.
양 대표는 "건축자금 대출은 테라펀딩이 유일하다"며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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