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미 감속 시작...4차혁명과 더불어 사태 더 심각해질 수도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2월 고용통계의 우울한 단면을 1편에서 보여드렸는데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올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통계성의 생산가능인구 추정치를 보면 작년 생산가능인구는 3674만7000명에서 올해는 3677만8000명으로 줄었습니다. 첫 감소입니다.
생산가능인구는 멀리 볼 것도 없이 10년 후인 2026년에는 3373만3000명으로 감소합니다. 올해 대비 8.2% 줄어듭니다.
이를 한번 연령대별로 나눠서 볼까요? 식은 땀이 흐를 정도의 계산이 나옵니다.
25~49세 인구는 올해 1907만8000명에서 10년 후에 1696만4000명으로 11% 감소합니다. 그런데 15~24세 인구는 659만6000명에서 459만4000명으로 무려 30% 급감합니다.
반면 50~64세 인구는 1110만4000명에서 2026년에는 1217만5000명으로 9.6% 증가합니다.
생산가능인구의 질적 구성이 아주 좋지 않게 변해갈 것이란 의미입니다.
2029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중 25~49세 비중이 50% 턱걸이를 하고 2030년부터는 40%대로 떨어집니다. 2010년만해도 이 비중은 56.8%였습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친다는 사실은 일본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1990~1996년을 일본의 최대불황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일본 대부분 지역에서 개인소득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땅값 거품이 터지며 힘들어하던 도쿄와 오사카 정도가 침체로 신음했고 전국 평균을 까먹었습니다.
그래도 6년동안 전국적으로 개인소득은 20% 이상 증가했고 실제 소매판매액도 전국 평균 5%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을 기점으로 꺾입니다. 이후 소비가 줄고 일자리도 줄어 실업률은 올라갑니다. 불황의 악순환이 시작돼 1998년부터 전국적인 디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집니다. 결과는 모두가 알 듯이 잃어버린 20년입니다.
그렇다면 추후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의 인구가 줄어 10년, 20년 후에는 일본처럼 청년들이 일자리를 골라서 취업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오와하라'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끝내다라는 '오와루'와 괴롭힌다는 의미의 'harassment'가 합쳐진 신조어라고 합니다.
여러 기업에 동시취업한 취업준비생들에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하라고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고 이메일 등을 보내 괴롭히는 겁니다.
그러나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등 4차혁명으로 인해 향후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5년간 일자리가 500만개 증발할 것이란 전망이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청년들은 일본 청년 같이 한때 호사도 누리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결국 출산을 장려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출산율이 높아져도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당해야 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기들이 커서 노동력화 되기에는 최소 15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 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예산으로 총 197조5012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지난 '1~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5년)'때보다 무려 45조원 이상 재정이 더 투입된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전체 파이는 많이 늘었는데 고령화 예산 비중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저출산 예산은 올해 20조4633억원에서 2020년 22조3837억원으로 약 2조원 가량 증가하는데 고령사회 예산은 같은 기간 14조712억원에서 22조1642억원으로 폭증합니다.
이 가운데는 기초연금 등 퍼주기식 사업예산이 작지 않습니다. 복지예산이 정말 빈곤층을 위한 정밀타격식으로 구조조정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